교회 개척, 씁쓸한 실패의 기억들

[ 땅끝편지 ] 필리핀 편 9

김용우 목사
2020년 07월 30일(목) 00:00
산동네 뉴라이트교회 옛 얘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
건축 후 2년 뒤 조이 전도사 부부와 딸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동네 심방을 가던 중, 갑자기 개가 뛰어 들어 피하다가 오토바이가 넘어졌다. 뒷자리에 타고 있던 전도사의 부인이 넘어지면서 뇌진탕을 일으켜 사고 2시간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결국 조이 전도사는 부인이 죽고 난 후 방황을 하다가 고향 동네로 가버렸다. 뚜비곤교회로서는 큰 슬픔이다. 이후 안드로 목사가 부임했고 얼마 후 배우자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목회를 잘 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 개척 실패의 경험도 있다. 어느 날 교회 집사님을 통해 한 젊은이를 만나게 됐다. 이 젊은이 언변이 좋았다. 신학교를 보내 훌륭한 목회자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청년을 데리고 세부 시내 라방온 동네에서 교회 개척을 시작했다. 그런데 교회 개척 1년 가까이 되던 어느 날 청년은 민다나오섬에 있는 자신의 집에 3일만 다녀오겠다고 떠났다. 3일이 아닌 일주일만에 나타나는가 하면, 타 교단에 기웃거리며 양다리를 걸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거짓된 행동을 용서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변이 오기를, '용서를 못하면 하늘의 하나님께서도 너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로 나에게 반박했다. 이후에도 거짓된 행동이 이어졌고, 결국 청년과 결별하고 교회도 문을 닫았다.

이후 또 한곳에 교회를 세우게 되었다. 바닷가 물 위에 집을 짓고 사는 바다의 집시촌이 사는 동네였다. 무슬림의 제일 하층 계급 바자우 종족이 사는 동네 옆, 맘발린 동네에 우발 집사의 형제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곳 컴파운드 안에서 교회가 시작됐다. 2년 6개월 개척을 지원해 오는 가운데 방지일 목사님이 성경공부 그룹과 함께 세부를 방문하셨다. 필자의 사역지를 순방하면서 맘발린교회를 방문하시기도 했다. 우발 집사는 사우디에서 전기시설공으로 일하면서 일터에서 노무자들을 전도하며 일터 교회를 인도했다. 1년에 한번 한달간 휴가차 집에 오면 맘발린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했다. 우발 집사는 결국 해외 근로 일을 퇴직하게 됐고, 맘발린교회를 좌지우지 하곤 했다. 그래서 교회를 관리하는 데 방해가 됐다. 결국 우발 집사는 침례 교단의 교회로 넘어갔다. 이렇게 해서 맘발린교회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농아인 교회를 세부 샬롬교회에서 시작했다. 농아인 교회를 시작한 계기는 농아목사인 노승문 목사가 농아 선교팀을 데리고 단기 선교를 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 샬롬교회에서 농아 모임을 가졌는데 의외로 많은 숫자가 참석했다. 이렇게 해서 농아 전도사를 초청해 농아 교회가 창립됐다. 농아들은 사회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소외를 당하고 일자리가 없어 수입이 없었다. 농아 교회를 시작한 후 교회의 중요한 물건이 하나씩 없어지는 일이 생겼고 이로 인해서 농아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2년만에 농아인 교회는 문을 닫게 됐다. 안타깝게도 농아 전도사는 고향으로 돌아간 후 괴한한테 피살당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렇게 농아 교회는 실패하고 말았다.

김용우 목사/총회 파송 필리핀 선교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