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퇴출당하기 전에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7월 06일(월) 14:03
코로나19 사태로 일주일에 한번만 등교를 하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는 "학교에 보내도 걱정 안보내도 걱정"이라면서도 은근 슬쩍 "하루 정도는 더 가도 되지 않아?"라며 불만 아닌 불만을 토로한다. 맞벌이 부부인 그 엄마는 혹여라도 아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은 되지만 집에 혼자 있을 아이 걱정에 "그래도 학교는 점심이라도 챙겨주지"라며 깊은 한숨을 쉰다.

실제로 지역 맘카페에서는 "코로나 장기화로 퇴사를 결심했다"는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휴원·휴교 조치로 가정보육이 필요한 가정의 보호자에 대한 휴가를 보장해달라'는 청원글이 잇따라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유엔인구기금과 함께 발간한 '2020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1.1명으로 세계 최하위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98개국 중 198위로 꼴찌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퍼부었다는데도 진전은 커녕 출산율은 더 낮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낳기만 해다오" 애걸복걸하지만 "키우는 건 네 몫"이라는 데 요즘처럼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싶을까 싶다.

모 기업이 2020명 청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저출산에 대해 73.1%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39.8%가 '출산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83.3%가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자녀 1인당 2억원이 넘는 양육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아이를 낳으면 걱정없이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출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엔 믿음의 문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 믿음 없는 세상에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고 땅을 정복하며 모든 생명을 다스리라'는 말씀에 순종하라고 무작정 등을 떠밀 수도 없고 혀만 끌끌 찰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수 있는 세상이 오기만을, 오늘도 쏟아지는 각종 저출산 문제 해결 대책들이 누구에게나 실현 가능할 수 있기만을 소심하게 기대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코로나19만큼 무섭고 꽤나 우울하지만 인구소멸로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퇴출되기 전까지 이 시대적 과제가 해결되길 말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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