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준비하는 여름나무

[ 4인4색칼럼 ]

이춘원 장로
2018년 07월 11일(수) 10:00
올 여름도 유난히 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벌써부터 걱정인 사람이 많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 기온이 언제부턴가 봄과 가을은 오는 듯 가버리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진 기후가 됐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계절은 점점 줄어들고 혹서(酷暑)와 혹한(酷寒)을 견뎌야하는 날이 길어진 것이다. 한 낮이면 바깥 활동이 힘들고 사람들은 냉방시설이 잘 된 실내나 나무 그늘을 찾는다. 시원한 계곡이나 해수욕장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여름나기 방법이다.

7월의 태양은 뜨겁고, 초록 숲은 깊고 짙다. 칠월의 숲에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해수욕장에서 땀을 식히고 있는 이 더운 날 나무들은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원대한 계획 속에 새 생명의 근원인 겨울눈(冬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겨울눈은 나무가 추운 겨울을 지나 새봄까지 생명을 이어주기 위해 한여름부터 만드는 생명체다. 겨울눈은 '잎눈'과 '꽃눈' 두 가지가 있다. 잎눈(葉芽)은 봄에 잎으로 피어날 잎의 압축된 정보를, 꽃눈(花芽)은 꽃의 압축된 정보를 갖고 있는 작은 생명체이다.

사람이나 나무나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다. 사람들은 늦가을이 되면 김장을 하는 등 월동준비를 한다. 나무는 이미 여름부터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엄동설한의 강을 건너 새 봄에 새순을 틔우기 위한 새 생명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겨울눈이다.

창세기 5장에 나오는 므두셀라는 969세를 향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화이트산에는 수령이 4850이 넘은 브리슬콘(Bristlecone) 소나무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나이와 엇비슷하다. 수명 100세를 기적처럼 생각하는 인간 세상에서는 불가사이한 일이다. 인간이 겸손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무는 분명히 다가올 혹한을 견뎌내기 위해 가장 강할 때 새 생명인, 겨울눈을 만든다. 이것이 나무들이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보다 더 오래 사는 비결이다. 이것은 창조주의 섭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데서 출발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다. 언젠가는 늙고 죽을 날이 분명히 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노후를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젊어서 직장을 다닐 때 연금에 가입하거나 보험을 드는 것도 언젠가 다가올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다. '노세 노세 젊어 노세' 노래를 부르며 인생을 탕진한다면 어느 날 홀연히 다가오는 인생의 겨울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보이지 않는 천국의 삶을 소망하며 이 땅에서 믿음으로 고난을 이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나무들처럼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신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숲에 나가면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를 많이 얻는다. 창조주께서 베풀어 놓으신 은혜의 손길이다.

이춘원 장로

시인·산림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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