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실수 이야기

[ 목양칼럼 ]

이수부 목사
2018년 06월 30일(토) 10:00
목회를 하다보면 치명적이지 않다 해도, 누구나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른다. 목회 이력이 쌓일수록 그 숫자는 더할 것이다. 우리 교회에서 26년째 목회를 이어오고 있는 필자가 저지른 실수 이야기 중에 하나다. 어느 해 가을인가 월요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을까 한 시간, 여느 때보다 느긋한 맘으로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월요일에 비해 몸은 더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볍고 즐거운 기분이었다. 그날은 가을 특별새벽기도회가 시작된 첫날로 많은 교우들이 기도회에 나와서 전심을 다하여 하나님 앞에 부르짖어 간구한 날 아침이다. 그날 몸이 조금 무거운 것은 특별새벽기도회 첫째 날은 담임목사가 참석한 성도들에게 일일이 안수기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날 안수기도를 마치고나니 6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시간여 동안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성도들의 형편을 따라 기도해주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성도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복을 비는 목사의 마음은 기쁘고도 간절하다. 그날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오금이 당기어 몸의 피로가 더한 것 같았다. 다른 특별새벽기도회 첫날 오전도 그렇지만 그 날은 보다 더 느긋하게 릴렉스하고 싶었다.

그 시간에 전화벨소리가 따르릉 따르릉하고 울렸다. 수화기를 드니 저쪽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밝게 들린다. 우리교회 신실한 S안수집사였다. 그 집사님이 대뜸 하는 말, "목사님 아주 피곤하시죠 새벽에 힘드셨던가 봐요. 저 오늘 새벽에 두 번 기도 받았어요." "예? 그게 무슨 말씀…" "목사님이 제게 처음에 기도해주실 때 다른 사람 기도를 하셨어요." "아들 딸…이라고 하면서 기도하시던데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하시더라고요. 아마 피곤해서 착각하셨는가 봐요." 그날 새벽 필자가 한사람 한사람 안수기도를 하며 자리를 옮기는 중에 그 집사님이 손을 살짝 들고 필자를 쳐다보기에 '시간이 바쁘니 빨리 기도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사 표시인줄 알고 그 집사님에게 기도를 해드린 기억이 났다. 그런데 필자가 그 앞서 기도하면서 다른 분으로 생각하고 기도해드렸던가 보다. 그분의 이야기인즉슨, 집사님이 필자를 보고 손을 든 것은 그 전의 기도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한 기도이므로 다시 기도해달라는 표시였다는 것이다. 또 목사가 첫 번째 자신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할 때에 '내가 그 사람이 아니요'라고 차마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손을 들어 기도를 부탁하여 필자가 그 집사님을 제대로 알고 기도했다는 것이다.

우리교회에서는 새벽기도가 끝나고 나서 자유롭게 개인기도하는 시간에는 오르간 위쪽의 전등 하나만 남기고 전등불을 다 끈다. 그래서 본당 내부 조명이 조금은 어두운 편이다. 물론 동절기와 하절기에는 그 시간에 밝기가 차이가 난다. 아무리 그래도 안수기도 시간에 누군가를 알아보기가 어렵지 않았을 터인데 그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S집사는 목사가 피곤하여 깜빡 실수했는가 보다고 생각하고 그날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다행인 것은 손을 들어 표시하여 다시 제대로 기도를 받고 간 것이다. 만일 기도를 받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더라면 마음이 불편했을 텐데 고맙기도 하다. 더 감사한 것은 이 사실을 담임목사에게 지혜롭게 알려주었다는 점이다. 그래야 다음부터 더욱 조심할 것 아닌가?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무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때에 따라 큰 실수라도 아무 것도 아닌 양 감싸줄 수도 있고 자그만 것이라도 얼마든지 크게 확대시킬 수도 있다. 그날 S집사님은 필자의 실수를 감싸주고 아무 문제가 안 되게 해주었다. 도리어 즐거운 실수가 되게 해주었다. 도대체 그날 집사님을 누구라고 부르며 기도했을까? 하여간에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을 찬양(!)



이수부 목사/안산평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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