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기 총회 사회선교 블라디보스톡 평화순례를 마치고

[ 독자투고 ]

김낙혁 목사
2018년 06월 25일(월) 10:00
제11기 총회 사회선교 블라디보스톡 평화순례를 마치고



굉음을 내며 블라디보스톡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오른 항공기는 어느새 북한의 국경 지대를 살짝 벗어난 중국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드디어 러시아 땅이다. 비행기가 저공 비행을 하는 동안 창가를 스치면서 마치 조각공원처럼 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뭉게구름들 밑으로 멀리 광활한 시베리아 대륙이 펼쳐져 보였다.

나는 광활한 시베리아 대륙을 바라보면서 옛적 고구려인들과 발해인들이 말을 달리던 모습을 상상해본다. 저기 보이는 블라디보스톡과 우수리스크, 그리고 하바롭스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투신한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본거지였으며 '까레이스키'라고 불린 고려인의 아픔을 간직한 땅이다. 우리들은 이번 평화 순례를 통하여 그동안 묻혀져 있었던, 고려인들이 겪었던 아픔과 눈물과 비극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1. 고려인들의 눈물과 비극의 역사, 연해주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탐구하다.

우리 선조들은 1865년부터 기근을 겪으면서 살 곳을 찾아 국경을 넘어 연해주를 찾았다. 그들은 피땀흘려 땅을 개간하고 '개척리'라는 한인촌 마을을 일구었다. 그러나 1911년 창궐한 콜레라로 인하여 고려인들은 개척리에서 쫓겨났다. 그들은 다시 피땀흘려 땅을 일구고 일을 하여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신한촌을 건설해 나갔다. 일제 강점기, 연해주 신한촌은 독립지사들의 집결지이자 국외독립운동의 중추기지였다.

연해주 독립운동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동휘 선생을 비롯하여 일제의 주구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단재 신채호, 이상설, 최재형, 홍범도 같은 기라성 같은 애국지사들이 모여들었다. 특별히 이번 순례를 통하여 우리는 정말 위대한 독립지사요 지도자였던 최재형 선생과, 훌륭한 학자였던 헤이그 밀사 이상설 선생이야말로 새롭게 조명되고 부각되어야 할 인물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블라디보스톡에는 고려인의 그 자취는 다 없어지고 3개의 돌기둥(조선, 상해임시정부, 연해주)과 8도를 상징하는 돌들만 남아있다. 우리는 라즈돌리노예 역을 찾아가면서 저리고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왜냐하면 1937년 스탈린이 2십만에 가까운 고려인들을 연해주에서 수천km 떨어진, 황무지나 다름없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시켰기 때문이다. 1달 이상 시베리아 횡단 화물차를 타고 가는 동안 식량이 없어 수많은 고려인들이 죽었고, 기차가 설 때마다 황무지에 시체를 수백, 수천명씩 버리고 갔다는 참담한 피눈물이 이 벌판에 사무쳐있다. 그래서 고려인들의 역사는 마치 검정 촛불처럼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 역사이다. 우리는 독일군의 유대인 학살에 치를 떨었다. 그러나 시베리아 대륙에 묻혀있는 고려인들의 비운의 역사에 눈떠야 한다.



2. 새로운 선교의 지평에 눈을 뜨다.

나는 이번 순례에서 크리스천이요, 목사로서 가장 감동을 느꼈던 두 번의 만남이 있었다. 첫째는 마약중독자와 알콜중독자들의 갱생을 돕는 가정교회의 방문이었다. 알렉세이(별명은 싸샤)라 불리는 목사는 조직폭력으로 감옥에 수감되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감옥 안에서 주님을 만나고 성령을 받아 변화되어 일생을 마약중독자들의 갱생을 위해 헌신하였다. 아파트 두 채를 월세로 얻어서 중독자들에게 주님을 의지하고 주님을 바라보는 법을 훈련한다. 1년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갱생이 되어 도로 사회로 나가는 사람도 있고, 그 교회에 남아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은 중독자들을 갱생하기 위해 헌신하는 교인이 된다. 처음 그 곳에 들어왔을 때 망가졌던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주님께 순종하는 착한 양이 되었다고 간증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부부로 맺어져 헌신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또 한 곳은 고아들을 자녀로 입양한 알렉세이 목사(이름이 같았다) 부부였다. 전원에 집을 사서 11명의 고아들을 입양하여 자녀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들은 텃밭을 가꾸어 농사를 짓고 그룹홈을 하면서 자녀들을 키워서 대학에 가거나 독립할 때까지 키운다.

사람이 거듭나서 주님을 정말 사랑하고 주님께 한 인생을 헌신하게 되면 아름다운 열매들이 맺히고 사람들이 변화되어 세상의 빛이 된다. 그런데 한국의 종교지도자들인 우리들이 빛의 열매를 맺고 사람들을 변화시키기보다 외형적인 성취와 성공을 갈망하고 또 그것을 추구하는데 익숙해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주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성장주의, 성공주의가 아닌 정말 아름다운 변화와 생명의 열매를 위하여 새로운 헌신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다.



김남혁 목사/충북노회 사회봉사부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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