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처소 공유, 장소 개념 초월 '목회 공유' 초점을

예배처소 공유, 장소 개념 초월 '목회 공유' 초점을

포스트코로나시대 목회전략연구위, 예배처소 공유교회 초청 간담회 개최
5월 중 예배처소 공유제 총회 공청회 개최 예정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04월 11일(일) 22:24
신앙이 없는 초신자가 "예배처소 공유제가 왜 필요합니까?"라고 질문을 한다면 한국교회는 뭐라고 답해줄 수 있을까?

예배처소 공유제에 대한 방향과 답을 찾기 위한 교회적 관심이 뜨겁다. 작은 교회의 지속가능한 사역을 돕기 위해 부각된 '예배처소 공유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현장의 목회자뿐만 아니라 신학자들의 관심 또한 더불어 높아져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국내선교부(부장:임현희)가 주최하고 포스트코로나시대의 목회전략연구위원회(위원장:조건회)가 주관한 예배처소 공유교회 초청 간담회가 지난 9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려 총회 차원의 효과적인 전략과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예배처소 공유 교회의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한 실제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공유제에 대한 교회론과 신학적 미 정립, 정책적 뒷받침, 법과 행정의 부재 등을 이유로 장기적 관점의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특별히 예배처소 공유제는 '공간의 공유'와 함께 장소적 개념을 뛰어넘는 '목회적 공유'에 초점을 맞춰 병행해야 한다는 기본 원리가 핵심전략으로 떠오르면서 최종 예배처소 공유제에 대한 '총회 공청회'를 앞두고 다양한 연구를 위한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예배처소 공유를 실제로 진행한 이승준 목사(사랑나눔교회) 김혁 목사(변두리교회) 백상욱 목사(요한서울교회) 황명환 목사(수서교회) 윤마태 목사(천안서부교회) 김인홍 장로(어시스트미션) 등이 사례 발제자로 참석했고, 포스트코로나시대의 목회전략연구위원회 조건회 목사(예능교회)와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홍정근 목사(강남연동교회), 박재필 교수(장신대), 이길주 목사(길목교회) 등이 위원 자격으로 참석해 종합토론을 펼쳤다.


#예배처소 공유로 교회 운영비 절감은 최대 장점

…시간 및 장소 사용 제약 분명히 뒤따라, 자립대상교회 양산 우려도 커


실제 6개 교회의 공유교회 사례를 통해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개척교회 및 작은(특수) 교회를 돕기 위한 교회의 노력과 실제 예배처소 공유에 참여한 교회들의 입장이 상세히 소개됐다. 교회는 임대료 및 관리비 등의 운영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 공통의 장점으로 손꼽았다. 또 개척교회 초창기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기 전 성도들과 충분한 소통과 교제가 가능하고,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재정적 시간적 여유가 형성돼 신뢰 관계를 통한 난관 극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작은 교회들은 공유제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멀티처치'로의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지역과 교단을 초월한 네트워크 형성으로 교류와 연합이 가능하고, 타 교회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분명한 문제점도 제시하며 공유제도 시행 시 보완하거나 고려해야 할 점을 냉정히 돌아봤다. 예배처소 공유는 시간 및 장소 사용에 있어서 분명한 제약이 뒤따르며, 관리 측면에서의 마찰 발생 및 주변 지역 주민의 민원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자립대상교회를 양산할 수 있으며 기존 성도들의 교회론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사례 발표 후 종합토론회를 진행한 조주희 목사는 "공유교회의 교단적 관심은 교회가 제도적으로 존재한 상황에서 제도적 교회와 공유 교회와의 관계, 또 공유교회가 제도적 교회를 어떻게 보완하고, 제도적 교회가 가진 것과 공유 교회가 가진 양 교회의 장점을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며, "공유교회 문제가 교회 내부적인 이슈이고, 목회자들이 목회를 진입하는데 좋은 방법이며 작은 교회가 존재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선교하는 공동체로서 한국교회의 교세가 감소하고, 여러 문제로 공격을 받는 이유는 결국 교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회가 교회답게 존재하지 못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예배처소 공유는 이런 문제에 대한 신학적 설명과 사회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백상욱 목사는 "먼저는 공유교회가 예배처소 공간만의 사용인지, 공동의 목회를 공유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시점에서의 공유는 개척(작은)교회가 어렵고, 시대적 상황으로 재정적인 압박이 심하기 때문에 목회의 장을 제도적 교회가 지원하는 개념이지만, 우선은 한국교회가 지역 목회자들의 환경을 열어준다면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전도하고 개척에 도전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공유제도에 대한 신학적 정립 선행 후 법적 행정 제도 보완 필요

…목회자 생존과 교회의 세 확장 위한 대안 될까 우려 커, 공유제도의 핵심 전략은 '공유목회'


윤마태 목사는 선진 교회의 사례를 통해 가능성을 높이 보면서도 신학적 정립의 선행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이민 1세대가 교회를 시작할 때 대부분 현지 교회 처소를 빌려 예배를 드렸다. 현재는 땅과 건물을 소유해 부흥한 교회도 많다"며, "먼저는 시대적으로 적극적인 신학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공유교회의 개념을 제도교회가 품을 수 있도록 신학적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홍정근 목사는 "공유교회는 단지 장소의 공유 문제를 넘어 목회적 공유가 진행 중이다. 결국 공유에 대한 개념 및 신학적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현재 조직교회가 되려면 기본요건이 있다. 다른 교회와 함께 공유 목회를 하면 평생 조직교회가 안 되기에 목회자 신분 문제도 발생한다. 교단의 정책적인 연구와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재필 교수는 교회의 공간적 차원을 넘어선 한국교회의 선교적 자세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가 목회가 어렵고, 개척이 어려운 것은 정말 물리적 공간이 없어서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우리가 선교와 전도의 대상인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결국 목회자의 생존과 교회의 세를 확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예배처소 공유제가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길주 목사는 "개척교회 목회자로서 공간은 기본베이스다. 공간이 있어야 사역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교단 차원에서 코로나19 위기와 개척교회의 현실적 어려움을 어떻게 목회 영역으로 보고 고민할지 걱정이다. 총회가 이제는 예배 처소 공유뿐만 아니라 목회지, 선교지, 온라인예배 등을 포괄해서 개념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간담회를 정리한 조건회 목사는 "예배처소 공유의 첫 논의가 장소 공유 문제로 접근을 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공유목회 영역이었다. 결국 목회적 패러다임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공간 지원뿐만 아니라 목회적 공유가 함께 동시적으로 진행되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될 것 같다. 공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목회적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 총회 안에서 풀어야 할 숙제를 경청하면서 대안을 찾아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정리하고, 예배처소 공유 문제가 코로나19 시대 한국교회의 선교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예배처소 공유교회 사례

-사랑나눔교회(이승준 목사 시무)

2015년 1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광주광역시에서 양지문교회 예배당 공간을 공유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예배당을 건축하거나 임대할 경우 대출금 이자 또는 임대료로 교회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예배처소 공유를 통해 목회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승준 목사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양지문교회의 전도와 양육, 섬김 등을 통해 성도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실제적인 목회 원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또 예배당 마련을 위해 양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양지문교회처럼 섬기는 새로운 교회를 세워나가겠다는 목표를 자연스럽게 갖게 된 것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안락함에 빠져 교회의 독립시기를 놓칠 수 있고, 전도대상자나 지역 주민에게 교회를 소개할 때 이야기가 길어져 오해의 소지가 발생하기도 했다. 진심이 깃든 배려와 섬김에도 눈치를 볼 때가 있고, 남의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는 것이 교회 성도들이 느낀 단점이었다.


-변두리교회(김혁 목사 시무)

2017년 5월부터 경기도 고양시에서 은혜교회와 함께 공유교회 형태로 사역을 진행 중이다. 은혜교회는 지하 1층 15평의 예배당, 변두리교회는 지상 1층 8평의 카페를 만들어 양 교회가 서로의 공간을 공유 중이다. 설립 초기부터 작은 교회를 추구해온 변두리교회는 공간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재정 등을 교회의 본질적인 것에 쏟는 데 집중했다 . 두 교회는 한 지붕 두 개 교회로 한 가족이 되었고,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 중요한 행사때 마다 함께 하며 하나의 교회로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있다. 양 교회의 공유는 장소적 공간을 뛰어넘어 콘텐츠 공유로 이어졌다. '멀티처치'의 협력관계가 구축되면서 지역 사회를 향한 섬김의 사역까지 확장됐다. 김혁 목사는 '장소 사용시 서로를 배려하는 수고로움', '고정화된 기존 교인들의 이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고, 공간에 대한 성경적 교회론적 정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요한서울교회(백상욱 목사 시무)

2017년 9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교회 건축을 위해 타 교단의 예배당을 공유했다. 예배당을 소유한 교회가 교회 건축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예배당을 공유하는 동안 교회의 모든 공과금과 건물 유지 보수비 등을 요한서울교회에서 부담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예배당을 공유함으로 양 교회는 재정적으로 보탬이 되었고, 지역과 교단을 초월한 교류와 연합까지 가능했다. 개 교회 중심에서 타 교회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가능했으며, 이웃 교회와의 연합 사역에도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사전 예배 시간 및 장소 사용 등을 협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예기치 못한 충돌이 발생했다. 소그룹 활동과 성경공부 등이 제약을 받았다. 청소 및 비품 사용 등의 관리 측면에서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교회여서 지역 주민의 민원이 발생했다.


-수서교회(황명환 목사 시무)

수서교회는 2015년 10월 새성전 건축후 예배당 이전을 하면서 2016년 2월 부터 기존 구성전 전체를 공유교회로 운영 중이다. 현재 교단을 초월한 5개 교회 560여 명의 성도들이 시간별로 각각의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는 공유교회와의 계약기간을 1년으로 체결하고, 계약 갱신을 통해 최대 3년 간 예배처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작은 교회들이 임대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교회 공간을 공유한 수서교회는 공유교회들이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꿈꾸는 사역을 재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장소 사용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교회 현장 문제(민원) 발생시 신속한 조치가 어려우며, 공동 부담에 대한 책임 분배 어려움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천안서부교회(윤마태 목사 시무)

천안서부교회는 2003년부터 교회 중예배실을 천안농인교회와 공유하고 있다. 1991년 예배 처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천안농인교회 성도들의 주일예배를 위해 33평의 규모의 예배 공간을 제공 중이다. 교회는 사무실에 한편에 목회자 집무실도 마련했다. 장애인교회 특성상 재정적 자립이 어렵지만 예배처소 공유로 교회 운영비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어 농인복음화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예배당 공유로 인해 다양한 선교 사역에 양 교회가 협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다음세대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기회가 됐다. 장애인교회의 특성상 자립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자립의지가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예배처소는 공간 개념을 뛰어넘어 선교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고, 운영관리 규정, 사역의 독자성과 독특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어시스트미션(대표:김학범)

김포명성교회가 모체가 돼 선교지원센터로 설립한 어시스트미션은 2020년 3월부터 예배와 모임이 가능한 플랫폼을 조성했다. '르호붓 코워십스테이션(60평)' '엔학고레 코워십스테이션(50평)'을 마련해 전체 15개 교회가 예배처소를 공유 중이다. 작은 교회들의 존재 근거인 건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참여교회는 추가적 준비 없이 최소비용과 동일한 조건으로 정해진 시간에 공간을 활용 중이다. 임대료 및 관리비용의 획기적 절감이 가능하고 작은 교회와 새로 시작하는 개척교회의 디딤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간의 제한과 협소, 소모임 교육 부서 문제, 위법 없는 교회의 주소지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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