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은 생명의 양식이자 계절의 기준

밀은 생명의 양식이자 계절의 기준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11. 구약의 '밀' <상>

이강근 목사
2021년 04월 06일(화) 07:03
밀이 익어가는 성지의 밀 황금들녘.


인류가 최초로 재배한 곡식

밀. 인류가 수렵생활을 끝내고 정착생활을 하면서 최초로 재배한 것이 밀이다. 밀을 재배하면서 정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밀은 인류가 최초로 재배한 곡식이었고, 가장 광범위하게 재배되었고, 인류가 가장 많이 먹는 주식이다. 최초로 밀 재배가 시작된 곳은 성경의 땅 중동지역이다. 그것도 두 강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가 만나는 메소포타미아 남부 아브라함의 고향 갈대아 우르에서다. 두 강의 범람으로 형성된 비옥한 토사에 야생밀 재배가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일 만년전의 일이니 아브라함의 시대에는 이미 풍요로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황금기였다.

"괴로운 건 나그네 길이요, 즐거운 건 맥주로다"

30년전 장로회신학대학 도서관 동아백과사전 메소포타미아 편에서 읽어낸 구절이다. 현대판 광고문구 같은 이 구절은 이미 4000년 전 아브라함의 고향 갈대아 우르의 토판에 기록되었다. 당시 밀과 보리를 50대 50으로 배합해 발효한 음료가 바로 메소포타미아 음료 맥주였다. 제의 용 컵에 밀과 보리가 새겨진 것을 보아 맥주가 제의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쌀농사가 없는 중동 땅에서 곡식이라 하면 곧 밀과 보리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갈 당시는 애굽이나 가나안 땅에 이미 밀농사는 정착해 있었다.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고 행한 모세의 설교에서 그 땅에서 얻을 소산물로 밀과 보리가 제일 먼저 언급되었다.

밀 추수를 마친 여리고 밀 낟가리.
밀 베는 시기는 가나안 땅의 초여름

밀 재배는 성경의 땅에 가장 중요한 생활 터전이었다. 그래서 밀 베는 시기나 밀 타작은 가나안 땅의 초여름을 지칭하는 가장 보편적인 설명이었다. 밀을 베거나 타작하는 것은 일년을 기다려온 시간이요, 다시 일년을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기준이었다. 밀 경작의 때는 성경의 여러 사건을 설명하는 기준으로도 등장한다. 르우벤이 밀 베는 때에 합환채를 얻었다는 것은 알아서 싹이 나고 열매를 맺는 자연주기의 시간과 인간이 때에 맞추어 씨앗을 뿌리고 거둔 가장 정확한 시간을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밀 거둘 때 르우벤이 합환채를 얻었고…(창30:14)', '밀 거둘 때에 삼손이 드릴라를 찾아갔고…(삿15:1)', '벧세메스 사람들이 밀을 베다가 궤가 지나는 것을 보았고…(삼상6:13)', '여호와께서 우레와 비를 보낸 때가 밀 베는 때였고…(삼상12:17)', '오르난이 천사를 보고 숨은 때가 밀 타작할 때 였다(대상21:20)'. 즉 밀의 추수가 언급된 것은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난 때가 바로 밀 베는 추수기였다는 것이다.

밀은 일상을 넘어서는 상징이기도 했다. 밀가루 반죽으로 빵을 만들어 대접하는 것은 곳곳에서 나온다. 창세기에 아브라함은 부지중에 맞이한 천사에게 빵을 만들어 대접했고(창18:6), 수넴여인은 마지막 남은 가루 한 움큼과 기름 조금으로 엘리야 선지자를 대접했다(왕상17:16). 그리고 일상의 복받는 일이기도 했다. 탈무드에는 도시에서 빵을 사먹는 여인보다 시골에서 매일 빵을 굽는 여인들이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아브라함이 아브라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부인 사라가 매일 아침 사백명 분의 빵을 구워 가족과 일꾼들을 먹였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빵굽은 일은 여성의 일상이요 아름다움으로 표현된다.

칠칠절, 밀 추수 마친 이스라엘의 감사

성지의 들녘을 지나면서 밀과 보리를 구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봐도 밀 같고, 또 아무리 봐도 보리 같은 것이 밀과 보리다. 그러나 성지의 산야에 백합화가 만발 할 때 낱알이 익어간다면 당연히 '보리'요, 합환채의 열매가 누렇게 익어갈 때라면 이는 '밀'이다. 보아스의 들에서 룻이 보리 추수에서 밀 추수 때까지 이삭을 줍게 했다는 것은 족히 2개월간 자선을 베푼 보아스의 마음이 읽혀진다.

유월절에 보리 추수를 마치고 다음의 칠칠절에 밀추수를 마친다. 칠칠이 사십구라는 숫자가 매겨지는 것은 밀 추수기까지 하루 하루를 세듯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한다. 유월절이 지나면서 동쪽 아라비아 사막의 뜨거운 열풍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함신이다. 함신은 모래먼지 동반한 뜨거운 바람으로 가나안 땅의 식물들을 메말라 죽게한다. 밀 뿐만이 아니라 온갖 채소와 밭의 소산물을 거두는 시기이다. 유월절 오십일 후에 맞이하는 칠칠절은 이스라엘의 3대 절기의 하나가 된 중요한 날이다. 밀 추수를 마친 이스라엘은 드디어 간절하게 하나님께 나아간다. 바로 칠칠절의 감사다. 이것이 구약에서의 밀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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