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받은 죄인이라는 존재론적 신앙

구원받은 죄인이라는 존재론적 신앙

[ 2~3월특집 ] 한국교회 백신을 찾아라- 바른신학 바른신앙⑦ 삶의 현장에서 기독교신앙2

강정희 교수
2021년 03월 23일(화) 16:00
현재 코로나19가 지루하게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교회 문제에 대한 실천적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한국교회를 위한 '백신'이라는 처방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사실 백신은 몸 전체가 건강하면 크게 필요한 것은 아니고, 그 효과도 특정한 바이러스에 국한된다. 그러므로 필자가 제시하는 백신도 부분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에도 필자가 인식하는 한국교회를 위한 백신은 그리스도인은 "구원받은 죄인이다"라는 신앙인의 존재론적 인식이다.

현재의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제약하는 상황에서, 특별히 한국교회는 상당한 공격에 직면하고 있다. 백신이 시급할 뿐만 아니라 치료제도 필요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한 교회를 향한 끊임없는 분투가 요청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억울한 면도 있다. 한국교회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소수의 잘못 이상으로 미운털이 박힌 것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면 왜 한국교회가 이런 억울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그저 억울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무엇이 억울한 것이고,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에 대한 성찰도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 특별히 한국교회가 상당 부분 사회와 비기독교인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부정적인 의미의 바리새적인 신앙 바이러스가 있다고 진단해 본다. 물론 신앙적인 관점에서 그리스도인들과 비그리스도인들은 존재론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는 과도하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대체로 우리가 구원받은 존재들이라고 생각하고 선택받은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것은 아니고,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믿는 믿음으로 비그리스도인들도 구원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즉 세상의 죽어가는 영혼들에 대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선교적으로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이 바리새적인 인식으로 흘러 무의식중에 우리는 거룩하고, 세상은 악하다는 이분법적 인식으로 가는 것이 문제다. 이런 인식이 조금 잘못되면 정부의 방역지침을 어기고 집회를 하면서도 뭐가 문제냐고 항변하면서 오히려 음모론 등을 제기하여 사회 일반의 비난을 초래하게 된다고 본다. 물론 사회 일반의 비판이 반드시 바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행태가 현실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일부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으로 보이는 면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상당수가 세상을 잘못되었다고 악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자신들은 알게 모르게 세상 사람들을 따라, 세상적인 욕망에 따른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것도 문제다.

특별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승자 독식의 체제로 인해 양극화 등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자본주의적 사고에 기반한 삶의 방식과 관행들을 성경적이고 신앙적인 관점에서 따져 보기보다는 별 문제의식 없이 수용하며 살고 있는 다수의 그리스도인들과 한국교회 일반의 모습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위 세상의 비기독교인들이 이 지점에서 '너나 잘하세요' 혹은 '세상이 교회를 걱정한다'라는 말로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을 표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구원받은 존재로 의롭게 된 것은 죄인 되었던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기인한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이지 않은가? 어떤 그리스도인들도 이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은연중에 이것을 잊고 산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에 속한 그리스도인들은 각자가 늘 자신이 은혜를 입은 죄인이고, 따라서 어느 때에도 죄의 유혹과 시험에 빠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즉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받은 존재로서의 삶을 하나님 앞(coram Deo)과 세상 속에서(coram mundo)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거룩하심, 의로움을 닮아 가는 존재가 되도록, 혹은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을 향해 주님의 은혜와 성령의 도우심을 의지하여 사도 바울처럼 분투하는 삶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땅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인들과 한국교회의 공통된 사명이다. 즉 교회 자체가 특별히 예배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섬기시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대속물로 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처럼 세상을 섬기기 위해 존재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개신교 종교개혁자인 루터는 그리스도인에 대해 "의인이자 죄인(justus et peccator)"이라는 역설적인 존재론적 규정을 하였다. 즉 모든 그리스도인은 존재적으로 선만이 아닌 죄와 오류 가능성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은총을 받은 의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이런 "구원받은 죄인"이라는 신앙인의 존재인식이라는 '백신'이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에 처한 그리스도인들과 한국교회에 필요하다.

이 백신으로 인해 그리스도인들 각자가 연약한 죄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항상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성령의 인도를 따라 거룩함의 길로 걸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섬김의 십자가를 지시려고 오신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아무쪼록 한국의 그리스도인 모두 그리고 한국교회가 겸손하게 성육신과 십자가 신앙으로 세상을 섬기는 건강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어 가기를 소망하고 기도한다.

강정희 교수 / 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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