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부활절 날짜에 대한 의혹

2021년 부활절 날짜에 대한 의혹

[ 기고 ]

최영현 교수
2021년 03월 02일(화) 14:57
사순절이 시작되며 수난과 희생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노력이 이어진다. 대유행하는 질병과 사회적인 고통을 방만한 유흥이나 자기기만의 유혹으로 숨기려 하지 않음이고, 고통의 의미를 오롯이 깨닫는 것으로 승화하려는 신앙인의 결연한 의지이다. 그래서 성도들의 모은 손길을 볼 때마다 참으로 숭고한 존경에 내 옷깃도 여민다. 그런데 올해 부활절의 날짜 계산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어 사순절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부활절이 춘분 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뜨고, 그 후 도래하는 주일로 잡는 오랜 전통(주후 325년 니케아 공의회)이 있는데, 올해의 경우 춘분이 3월 20일이고 음력 2월 보름이 양력으로 3월 27일이니 그 다음 주일인 3월 28일을 부활주일로 지켜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부활주일을 정하는 기준에 있어 우리 음력과 교회력이 다름에 기인한다. 음력 날짜와 달의 모양(월령)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다가 교회력의 기준이 되는 만월은 우리 음력 달력이 말하는 보름이 아닌 "부활절 보름달(Paschal Full Moon)"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우리 양력의 기준이 되는 그레고리력에 기반한 이 부활절 보름달의 날짜는 이미 계산이 되어 있다(올해는 28일). 성 베다(St. Bede, ca. 673-735)와 같은 학자들의 노고와 교회의 합의를 통해 성경의 기록, 달 관측 위치, 모양, 춘분 등을 고려한 날짜가 정해졌고, "computus"라는 용어로 이 체계를 정착시키기까지 했다. 결국 올해 부활주일 날짜는 세계교회의 관점에서 틀린 것이 아니다. 물론 동방교회는 율리우스력을 따르기에 많은 경우 부활주일에 차이를 보이고, 고대로부터 교회가 춘분을 3월 21일로 고정시켜 계산하는 등 불분명한 점이 여전하기에 날짜를 의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이의 제기가 오히려 반가운 것은 한국교회가 교회력에 관해 그만큼 익숙해졌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절기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활용해 사순절을 더욱 깊이 있게 보내는 계기로 삼음이 마땅하리라 본다.

날짜를 둘러싼 다음을 고려함이 사순절의 기도를 깊어지게 할 것이다. 먼저 부활주일을 정한 몇 가지 기준을 살펴야 하는데, 첫 번째로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이다. 이는 유월절을 배제하고 계산할 수 없다. 두 번째는 그 유대교의 유월절이 근거로 삼는 달력과 의미이다. 이는 천문학적인 날짜 계산법과 관계가 있다. 세 번째는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차이다. 이 세 가지는 음력과 양력의 차이, 춘분의 기준, 유대교의 절기 등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

주님이 부활하신 날은 유월절-안식일-다음날이다. 해마다 부활주일을 지킬 때 유월절 다음에 오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유대교에 예속된다는 점과 날짜를 특정일로 확정할 때 주는 간편함을 포기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혹자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짜를 추산해서 몇 월 며칠로 부활절을 고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초기의 교회는 성경과 유대교의 전통을 고려해 춘분 후 만월, 그리고 평일이 아닌 다음 "주님의 날"을 부활절로 정했다. 그 결과 부활주일은 유월절을 앞서지 않는다. 유대교 추종 의혹과 편리함을 포기하며 이 방식을 지키는 이유는 교회의 예배가 절기와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기교인들은 유대교 절기에 익숙했을 것이고, 그 시간 감각 위에 기독교의 신앙을 쌓았다. 절기는 찰나를 사는 인간이 영원하신 하나님을 상상하는 단초이다. 따라서 이를 무시하는 것보다 절기의 순환과 반복이 주는 영속성을 따라 사는 것이 우리의 신앙을 굳게 할 것이다. 전통을 지키는 힘은 율리우스력을 지키는 동방교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일이 아닌 유대 종교력인 니산월 14일을 부활절로 지키려는 옛 생각도 일리가 있지만 부활을 매 주 되새기려는 의미에서 주일을 부활절로 삼은 것도 예수님의 값진 희생을 우리의 삶에 녹여내는 방법이 된다.

이렇게 부활주일을 전통과 절기의 관점에서 지키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예배를 굳게 세울 것이다. 기독교는 역사에 근거한 종교이기에 허망한 신념과 허구를 따르지 않는다. 신약 성경이 명백히 밝히고 있는 부활이 교회의 시작이고 존립의 근원이다. 이 부활절을 계산할 때 정확한 날짜를 따져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따라서 날짜를 확인 하려는 노력은 감각에 따라, 또 형편을 좇아 쉽게 바뀌는 우리의 마음을 경계하는 것이기에 배척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환영할 일이다. 부활이라는 유일회적인 사건이 창조 이후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이를 반복하고 또 반복해 삶으로 승화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사순절과 같은 절기의 준수가 의미 없는 반복이거나 예속이 아닌 이유는 오늘 더욱 뚜렷하다. 환경이 파괴되고 전에 없던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 시대에 적어도 하나님은 조변석개하지 않으시리라는 희망인 동시에, 친히 창조질서를 다시 회복하시겠다는 의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영현 교수/한일장신대학교(예배·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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