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에게 주시는 은혜

죄인에게 주시는 은혜

[ 목양칼럼 ]

오수진 목사
2021년 03월 03일(수) 13:58
성도들의 가정을 심방하면 가끔 불신자 남편의 원망을 듣게 된다. "왜!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그 모양이냐?", "교회 다니는 아내가 교회 다녀온 주일날 오히려 더 짜증을 내는데 왜 그러냐?", "목사님들은 욕심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냐?"이다. 이에 대해서 기독교 변증가 C.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기독교가 진리라면, 왜 모든 그리스도인이 모든 비그리스도인보다 더 호감을 주지 못하는가?'로 정리하였다.

루이스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요구하는 세상에 대해서 비논리적인 부분을 지적한다. 첫째, 세상은 100% 그리스도인과 100% 비그리스도인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실제로 그리스도인 중에서도 서서히 비그리스도인으로 퇴보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서서히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성숙해가는 성도도 있다. 심지어 어떤 불신자는 서서히 그리스도인이 되어가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정확히 그리스도인 집단 대 비그리스도 집단으로 나누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타고난 천성과 기질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을 믿고 거듭나고, 중생하여 세례를 받았다고 해도 여전히 기질은 존재한다. 타고난 기질이 친절한 사람이 있고, 타고난 기질이 성마른 사람이 있다. 물론 성마른 사람이 믿기 이전보다 더 나아지지만 어릴 적에 형성된 기질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 안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질 뿐이다.

셋째, 하나님의 관심은 좋은(Nice) 한 사람이 아니라 죄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불신자 중에 나는 신자보다 친절하고, 정직하다며 그런 자기에게 만족한다면 그분은 그저 좋은 한 죄인일 뿐이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처럼 스스로 의인이라며, "저런 버러지 같은 인간들이 그리스도인이라니, 기독교도 예수도 뭐 볼 게 있겠어?" 하는 것과 같다. 돈에다가 재능도, 담력도, 똑똑하고, 건강하고, 고등교육까지 받음으로, "굳이 내 인생에 왜 하나님을 끌어들여야 하지?" 한다면, 그는 정말 답이 없다.

이와 반대로 어릴 적부터 가정불화 속에서 자라서 거기에 물든 사람, 밤낮없이 열등감에 시달려 친한 친구에게도 쌀쌀맞은 사람, 삶의 용기가 부족하여 알코올을 의존하는 사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서 사람의 인정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하나님에게 더 가까이 있다. 바울은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 3:23) 라고 고백한다.

2년 전에 돌아가신 한 집사님의 이야기이다. 그분은 7년 전 교회가 개척될 때 83세의 나이로 등록하셨다. 젊어서는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의 전무이사셨고, 국내 대형 댐 공사를 진두지휘하셨다. 그런 어르신이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시고, 딸의 인도를 받아 6평 작은 예배공간에 오셨다. 온종일 집안에만 계신다기에 한 목사님의 책을 선물해드렸는데, 그 책을 읽고 또 읽다가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영접하셨다. "목사님! 내가 죄인인 것을 깨닫게 해 줘 고맙습니다. 성령님이 나와 함께 하심이 믿어집니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세례를 받으시고, 5년을 더 살아내시고, 주일 아침이면 예배당 입구에서 주보를 나눠주셨다.

하나님은 좋은 한 사람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오셨다. 예수님은 우리의 삶에 중심에서 솟아나는 생명과 능력의 거대한 분수이다. 그 분수에 가까이 나오는 어떤 죄인들도 그 은혜의 물보라에 젖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죄인입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고백한다.

오수진 목사/도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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