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해외 선교사인가?

왜 당신은 해외 선교사인가?

[ 땅끝편지 ] 체코 이종실 선교사2

이종실 선교사
2021년 01월 19일(화) 09:53
2007년 체코형제복음교회 총회에 참석한 당시 김영태 총회장과 문정은 기획국장이 현지 실레시안 루터교회 본부를 방문해 임원들과 함께한 모습.
"왜 당신은 해외 선교사인가?" 체코 교회와 사람들이 대놓고 묻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에 늘 품고 있는 질문이었다. 이미 1930년대에 체코 슬로바키아 개신 교회들은 제국주의 선교를 일삼는 서구 교회들을 비판하며 "더 이상 해외 선교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게다가 1948년부터 약 40여 년 간 사회주의 통제 체제를 경험하면서 사회 조직과 기관들에 대한 불신은 더 커져, 체코 개신교회의 경우 의식적으로 '자신들은 기존 사회 조직이나 기관과 다른 공동체'임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사회에 영향을 줄만한 권력이나 재력이 없는 조직임을 자처하면서, 겸손한 섬김과 희생적 봉사를 실천하는 기관으로 각인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체코 사람들에게 지리적 정복적 일방적 개념의 선교를 떠오르게 하는 '해외 선교'란 표현은 매우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중세 유럽에서 종교개혁운동을 루터와 칼빈보다 100년 앞서 선도한 역사적 전통을 지닌 체코 개신교회는 세계적 종교개혁 교회인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 교회, 헬베티크 신앙고백 교회, 그리고 종교개혁 이전의 종교개혁 교회인 왈도파 교회와 함께 1973년에 바젤 근교 로이엔베르크에 모여 서구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전세계 개신교회들의 엄청난 분열을 회개하면서 일치와 연합 운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었다. 이때 체결된 로이엔베르크 협약에 현재 전 유럽 95개 개신교 교회(교단)가 서명해 약 500만 명의 신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나는 이런 유럽 땅 체코에서 해외 선교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한때 기독교 왕국 시대를 풍류하며 교회가 사회의 공적 위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다가 지금은 인구의 1%도 안되는 소수파로 사회 변두리의 디아스포라 같은 존재로 전락한 체코 교회가 어쩌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아시아의 작은 나라 선교사가 하는 것을 바라보며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 역지사지의 노력을 통해 상대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었다.

20세기 후반 세계선교 지형은 바뀌었다. 세계교회는 1962년 멕시코시티 선교대회에서 19세기 기독교 국가에서 비기독교 국가로 진행되던 해외 선교가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꾼 '육 대륙 선교 시대'를 선언했다. 그리고 모든 나라 모든 지역에서 지역 교회가 선교의 전선이 됐다. 이 근본적인 변화는 19세기 위대한 선교 시대를 이룩한 선교사들이 위험과 죽음을 무릅쓰고 육 대륙에 걸쳐 전한 복음으로 개종된 이들이 자신들의 토착 교회를 세웠기에 가능하게 됐다. 육 대륙에 걸쳐 문화와 언어와 신앙 전통이 무수히 다른 교회들이 세워졌다.

이제 19세기 '위대한 선교 시대'의 해외 선교는 최소한 이 유럽 대륙 어느 곳에서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체코 교회를 포함해 로이엔베르크 협약 교회들은 교리가 아닌 복음의 일치 아래에서 다른 교리와 전통을 상호 배우고 이해하는 일, 복음을 증언하고 봉사하며 실천하는 일을 통해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고 있다. 일치는 선교를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 유럽 대륙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기독교회 안에서 신학과 신앙 전통의 차이들로 구별되는 에큐메니칼, 에반젤리칼 그리고 카리스마틱 그룹 대부분이 공감하며 공유하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해외 선교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지난 약 30여 년 간 씨름하며 선교사의 정체성을 서서히 형성시켜 나갔다.

이종실 목사 / 총회 파송 체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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