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괴물'은 되지 말자

더이상 '괴물'은 되지 말자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1월 11일(월) 07:20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양부모의 무차별적인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사실이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후 전국민이 분노했다. 아이는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했고 당시 상태는 췌장이 끊어졌고 대장과 소장 등 주요 장기가 손상돼 복부는 피와 염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양쪽 팔과 쇄골, 다리도 골절된 상태였고 갈비뼈 네 군데에 시기가 각기 다른 골절도 발견됐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인의 췌장이 절단 된 것이 소파 위에서 뛰어내려 아이의 배를 힘껏 밟아야 되는 정도의 물리력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이에게 가해진 폭력의 참혹함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결국 정인이는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숨을 거뒀다.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과 함께 알려진 또 하나의 사실은 정인이를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양부모가 '알고 보니' 독실한 크리스찬이었다는 것이다. 양부모는 목회자 자녀였고 기독교대학 캠퍼스 커플로 알려졌다. 양부모의 신상이 SNS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목사 부모에게 교육받고 기독교대학에서 공부하고, 기독교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자가 악마가 되어있는 것이 2021년 대한민국 교회의 현주소다" "지극히 가식적으로 이웃사랑을 외치는 개신교의 두 얼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번 사건이 드러나서 그렇지 세상의 악행을 저지르는 기독교인들이 한 둘일까?" "코로나 사태와 정인 사건 때문에 기독교라고 하면 이젠 진절머리가 난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교회도 깊은 탄식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정인 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한다. 그리고 정인 양의 양부모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으며 대신 깊은 사죄를 드린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신앙과 삶이 일치하도록 성도들을 교육하고 양육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자성하며 "폭력이 대물림 되는 만큼 교회가 성경적인 양육방법으로 자녀를 바르게 교육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고 총회가 전문가들을 구성해 아동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정인이 양부모들은 아이 몫의 재난지원금을 챙기고 양육 수당을 빠짐 없이 챙겼으면서도 아이의 장례비용으로 쓴 비용이 고작 3000원 짜리 액자 하나가 전부였다. 아이가 응급실에서 사경을 헤맬 때, 양모는 '오뎅' 공구를 하고 지인들에게 나눠줬다는 것도 목사인 양할아버지의 생일을 위한 와인파티가 열렸다는 지인들의 목격담도 있다. 더구나 양모 부친의 교회 신도들의 '양모의 선처를 호소한다'는 내용의 탄원서가 쇄도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교회가 더 이상 '괴물'이 되지 않았으면. 정인아 미안해.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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