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정원에선 인류 모두가 악당?

지구 정원에선 인류 모두가 악당?

[ 공감책방 ] '커다란 정원'과 '2050거주불능지구'를 통해 본 '생명'의 의미

황인성 목사
2020년 11월 27일(금) 10:43
요즘 코로나가 다시 대유행의 조짐을 보인다. 이제는 역학조사가 불가능한 사례들이 늘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면 코로나 위기보다 더 근본적이고 심각한 '기후 위기'에 대해 우리는 불감증에 빠져버린 듯하다. 그래서인지 '뉴욕 매거진'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David Wallace-Wells)는 '거주불능지구'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직접적인 주장보다는 많은 양의 데이터와 다양한 사례 그리고 그에 따른 예측의 나열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인류의 즉각적인 인식변화와 그에 따른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인류는 필연적으로 재앙을 맞을 수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인류는 지금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지편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특정한 악당이 나타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인류 모두가 악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처럼 멈추지 않고 소비하며 무분별한 개발을 지속한다면 결국 이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에서 결국 인류 또한 이 지구상에서 다른 자연적 요소들에 속한 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이 기후적 도전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짧은 소감을 나누고 있다.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와 같이 이 지구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보고 꼼꼼히 보살피며 모든 피조세계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정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림책 '커다란 정원'을 통해 질 클레망(Gilles Clement)과 뱅상 그라베(Vincent Grave)가 보여 주고자 했던 마음이기도 하다.



6월 열매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는 일, 바로 정원사가 하는 일이에요.
정원사는 식물들이 자라는 신기한 모습에 날마다 놀라고 날마다 즐거워해요.
정원사는 정성껏 정원을 돌봐요. 정성껏 돌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건 자연에서 늘 일어나는 일과 우연히 일어나는 일을
날마다 배우고 깨닫고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에요.




이 그림책은 보통의 그림책보다 훨씬 더 큰 크기의 그림책인데, 작가의 생태주의적 글과 수채화로 섬세하게 그려낸 자연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사는 정원사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코로나로 인해 막막하고 답답해져 가는 마음 속에 한가지 희망을 보게 하는 듯하다.

인간의 기술과 정치경제 시스템으로는 이 지구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이제는 이 세계와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 앞에 인간의 존재적 한계를 인정하고 삶 속에서 겸손하게 자연 만물들과 어울려 사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절실한 때이다.

황인성 목사 / 책보고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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