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 단풍구경 가는데 사찰에 통행료?

국립공원에 단풍구경 가는데 사찰에 통행료?

국립공원 입장시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 부당하다는 여론 높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0년 10월 22일(목) 15:24
/출처 - 김병욱 의원실 자료.
코로나19로 올해 번번한 여행 한번 못했던 김 집사. 가을을 맞아 모처럼 가족들과 단풍을 즐기려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국립공원 입장은 2007년부터 무료다. 그러나 설악산 소공원 입구에서는 1인당 3500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었다. 김 집사는 "우리 가족은 절도 안 들르고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라가려하는데 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나"라며 항의해 봤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입장하려면 관람료를 내야 한다"라는 말뿐이었다. 이 입장료는 설악산에 위치한 신흥사에서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징수하는 것이다.

2007년 전국 모든 국립공원의 입장료는 폐지됐지만 아직도 국립공원 내 문화재로 지정된 여러 사찰에서 관람료를 받고 있다. 사찰 입구가 아니라 국립공원 입구에서 사찰을 관람하지 않는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징수해 국민들의 오랜 반감을 사고 있다.

대부분의 사찰들이 신용카드는 받지 않고 현금만 받으며, 현금영수증도 발급하지 않는 관람료 결제방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6월 20일 조계종은 기자회견을 통해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논란은 문화재관람료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일방적인 국립공원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립공원이라는 공공의 필요에 의해 사찰 소유의 재산을 제한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불가피하게 필요하다면 헌법에 근거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강구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조계종 측의 주장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은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재보호법 제49조 1항에 따라 관람료에게만 걷어야 한다"라며, "조계종은 국민들에게 행하는 불법 징수 행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민들은 방문객으로부터 거둬들인 관람료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에서는 문화재 관람료 규모가 연간 400~500억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은 문화재 관람료의 53%는 사찰유지비, 30%는 문화재 관리 및 교육 홍보 인건비, 12%는 종단 운영비, 5%는 승려 교육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징수한 금액의 50%는 문화재와 상관없는 곳에 사용되는 셈이다.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료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료
국립공원공단에서 발행한 2020국립공원 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국립공원을 방문한 탐방객 수는 4318만 4247명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의 토지 현황을 보면 국유지가 2177㎢, 공유지 511㎢ , 사유지 1005㎢, 사찰 280㎢로 나타났다. 전체 3973㎢의 토지 중 고작 280㎢를 소유한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수많은 돈을 받아오고 있는 것이다.

불교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가 사회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참여연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등을 비롯해 많은 시민단체들이 부당한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대해 수년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3년과 2013년에는 문화재 관람료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을 받은 판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조계종 측은 지금까지도 문화재 관람비를 계속해서 징수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2018년에는 불법적 문화재관람료 징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추진하기 위한 진정인을 모집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문화재 관람표 폐지 요구가 거의 매년 청원되고 있다.

교계에서도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2012년 성명서에 "사찰의 단순 통과자에게까지 부과되는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등 관람료 징수 반대 입장을 여러 번 밝혀왔다.

한편,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전국 국립공원 내 주요 사찰에서 받아왔던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대해 지적을 받기도 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립공원공단 등 환경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국립공원공단 권경업 이사장에게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설악산 앞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느냐고 묻고, 권 이사장이 "그것은 문화재청에서 징수하는 문화재관람료"라고 대답하자 노 의원은 곧바로 "사찰 앞에서 받아야지 왜 국립공원 입구에서 받냐"고 반문했다.

또한, 사찰을 관람하지 않는 사람도 입장료를 내도록 국립공원 입구에서 징수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로 말하고, 종합감사 전까지 종교계, 관련 부처와 대책 세워서 보고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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