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Woe to me!" I cried. "I am ruined!"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Woe to me!" I cried. "I am ruined!"

이신우교수의 음악이야기 9. 이신우의 코랄판타지 제1번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1)

이신우 교수
2020년 09월 16일(수) 10:00
다원예술버전으로 진행된 2009년 서울대미술관 공연 현장/ 사진 배정완
평양 대부흥운동 100주년이 되던 2007년, 이를 기념하는 예배와 다양한 행사가 기독교 각계각층에서 열렸다. 1996년 시편 20편을 주제로 한 관현악곡을 작곡한 이래, 성경은 필자의 작품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 중 하나로 다루어져 왔다. 오페라를 제외한 클래식 장르의 기악음악들, 특히 위촉 작품의 경우 대부분 15분 내외로 작품의 길이가 길지 않다. 성경의 메시지를 다루기에 15분이라는 길이는 너무 짧기에, 이를 보다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2007년 필자는 죄와 구원을 주제로 보다 큰 규모의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 이 작품이 연주 시간 50분, 총 10개 악장으로 구성된 피아노를 위한 코랄판타지 1번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이다.

첫 아이디어는 이사야서에서 왔다.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전파하며…" 창작은 작가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된다. 50분이나 되는 길이와 규모의 곡이지만 그 동기는 이사야서 61장 1, 2절에 대한 필자의 신앙적 감동에서 출발했다. 간결하고 소박한 선율이 멜리스마적으로 펼쳐지는 것이 특징인 신포니아 악장은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누구라도 듣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어딘가 모르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선율은 늘 필자 음악에 있어 언급되는 특징적 요소 중 하나인데, 필자는 나중에서야 그것이 필자가 자라난 한국 교회의 음악 문화와 찬송가에서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각 악장에서 기악음악으로 다룰 텍스트를 고르고 이를 전체로 구성하는 작업은 음악에 앞서 작곡가의 신앙관과 세계관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서곡에 해당하는 신포니아 악장을 시작으로, 드라마틱하게 기악적으로 전개되는 악장과 독창자의 낭송 소리 같은 울림의 코랄 악장을 나란히 배치하였다. 코랄 악장은 각기 제 2곡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 5:8), 제 5곡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사 6:5), 제 7곡 "그리스도는 무덤에 계셨으나 우리 죄를 대신하여 주는 부활하셨다" (바흐 코랄 인용) 등, 회개와 부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극적으로 전개되는 악장의 메시지는 이보다 더 적나라하고 신랄하다. 제 1곡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으로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치도 아니하고…"(롬 1: 21~25), 제 3곡 "저희가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저희를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 버려두사… 곧 모든 불의, 추악, 탐욕, 악의가 가득한 자요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이 가득한 자요… 능욕하는 자요 교만한 자요…" (롬 1: 26~31), 제 4곡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저희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요 그 혀로는 속임을 베풀며 그 입술에는 독사의 독이 있고 그 입에는 저주와 악독이 가득하고…" (롬 3:10~18). 그리고 각 곡에는 C.S. 루이스의 저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발췌한 은유적인 문구들, "그 길고도 어둑한 몽상의 미로", "갑옷처럼 인간의 온 몸을 둘러 싼", "절망과 공포와 당혹감이 넘치는 산 술잔" 등이 부제로 붙어 있다.

죄와 구원을 주제로 삼았으나 처음부터 죄에 대해 이렇게 긴 분량으로 지독하게 파고 들어야 하리라고는 작품의 구상 초기에 예측하지 못했다. 죄의 처절함, 십자가의 잔혹함과 고통보다 부활의 기쁨과 영광을 우선 누리고 싶었기에. 세 평 남짓한 방에서 이 성경말씀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쓰고 또 쓰고 버리고를 반복했던 2007년. 성경이 말하는 죄의 잔혹함과 무게를 작품 속에서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던 다섯 악장. 이 작품을 통해 필자가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우리 몸 속 세포 하나하나마다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죄의 속성, '자기애'라는 무서운 죄를 처절히 깨닫기 전에 결코 부흥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죄에 대한 신랄한 메시지를 다루는 여러 악장들을 지나 비로소 이 작품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복역의 때가 끝났고 그 죄악의 사함을 입었느니라."(사 40:1~2)



이신우교수/서울대 음대 작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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