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쓰레기 제로

기후위기와 쓰레기 제로

[ 독자투고 ]

유미호
2020년 09월 11일(금) 13:20
기후위기가 잦고 크게 부른 태풍이 지나간 해안가에는 쓰레기가 넘쳐났다. 태풍이 올 때마다 반복해서 떠밀려오는 이 해양쓰레기들은 해안가에서 버린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국내외에서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테트라포드와 같은 해상 구조물에 끼어있다가 태풍의 힘을 빌려 우리에게 보란 듯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의 양은 연간 8백만t 정도로 이야기된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주로 유입되는 것인데 단순히 해안가에서 버려진 것만은 아니다. 내륙과 해양에서 유입되는 것도 무시하지 못한다. 내륙에서 배출된 1회용품이나 포장재와 세탁 후 나오는 미세섬유 및 세정제품 내 마이크로 비드와 같은 하수로 배출되는 것들이 강을 통해 유입되고, 그물과 양식장 부표, 선박에서 투기 되는 쓰레기도 많다.

이들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미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섰다. 지구 생태용량이 초과됐다는 것인데 우리가 쓸 수 있는 물, 공기, 토양 등 자원에 대한 수요가 지구의 생산 및 폐기물 흡수 능력을 초과한지 오래다. 몇 년 후면 지구 회복력을 의지해 기후재앙을 막을 기회조차 잃게 될 상황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한 해 동안 써야 할 것들을 4월 9일에 다 쓰고 다른 이의 것을 빼앗아 쓰고 있다.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보면, 우리나라 한 사람이 배출하는 양이 세계 평균보다 두 배나 많은 11.7t이다. 영국 같은 나라는 2007년부터 10년간 배출량을 31.4%나 줄였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22.8%가 늘었다. 지나친 물질적 풍요를 누린 것이 기후위기를 초래했고 그것이 이상기온과 폭염과 장마와 태풍 등 기후재앙을 초래해 삶의 질을 더 악화시키고, 전국을 미세먼지와 쓰레기더미로 뒤덮고 있다.

쓰레기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하루 약 43만 t으로 연간 1억 5000만 t 이상을 발생한다. 처리하느라 매년 수십조를 쓰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쓰레기 대란을 걱정하고 있는데 만약 버리는 양을 원천적으로 줄인다면 재활용률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이 수월한 디자인을 하고 재활용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천연자원의 이용을 최소화하는 자원순환사회로의 이행을 서두른다면 기후위기도 늦출 수 있다.

그렇다면 원천감량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이번 코로나로 온실가스가 줄어든 것을 보면 위험을 직감하기만 하면 즉각 대처할 듯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의 상황 속에서도 바뀌지 않은 것이 쓰레기 배출하는 우리의 삶의 태도다. 오히려 더 많은 양을 배출하였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염려가 만들어낸 언택트소비가 일회용 용기와 포장재의 사용을 늘려 쓰레기 배출량도 크게 늘려놓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1인 가구, 택배 문화가 발달하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넘쳐나 정부와 서울시 차원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감량 종합대책을 발표, 감량 실천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그 모든 사회적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려버렸다.

그래도 희망을 둘 수밖에 없는 건 각 사람이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위기의식은 원천감량, 즉 쓰레기제로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해줄 것이다. 그 길을 함께 걸으며, 우리가 만들고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생육하고 번성하여 바다와 땅에 충만(창 1:22)'해야 할 물고기와 새들이 누릴 복을 빼앗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면,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으로 해마다 생명을 잃는 바닷새가 100만 마리, 해양 포유류가 10만 마리나 되는 것을 안다면, 작아진 플라스틱이 우리가 마시는 물과 먹는 음식까지 오염시켜 우리의 몸도 위협하고 있는 것을 안다면, 자신의 필요를 알아 필요만큼 누리는 삶 또한 반복해서 연습하게 될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 필요만큼 누리는 삶, 일용할 양식을 구하게 되길 기도한다. 쓰레기 제로는 단순히 '쓰레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냐'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삶의 태도를 바꾸어 탐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오직 주님만으로 충분한 삶을 살게 하는 영성훈련의 기본이다. 더구나 나와 우리, 모두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쓰레기제로 훈련이 쌓이면 나 홀로 쓰레기제로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제로교회, 쓰레기제로사회, 더 나아가서는 지속불능지구가 아닌 지속가능지구로의 전환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와 기후위기, 온갖 쓰레기로 절망하고 우울한 시대이지만, 그리스도인의 쓰레기제로를 향한 걸음에 깨어 지구상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이 풍성한 생명의 복을 누리게 할 그날을 기대한다.



유미호 센터장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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