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이 눈물로 세운 영도교회, 그루터기 돼 섬김 실천

피란민이 눈물로 세운 영도교회, 그루터기 돼 섬김 실천

[ 우리교회 ] 부산노회 영도교회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0년 08월 14일(금) 14:27
【 부산=임성국 기자】 "영도교회는 한국전쟁 피란민,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교회입니다. 그래서일까. 남을 귀히 여기는 것을 자신을 귀히 여기는 일로 인정하면서 서로를 존귀하게 여기는 교회로 우뚝 섰습니다. 위기와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전쟁을 피해 부산에 모인 피란민들이 세운 교회. 부산노회 영도교회(김덕신 목사 시무)가 그루터기 역할을 감당하며 마을에 정착한 지 69년째다. 외적인 성장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느린 걸음으로 지역 주민의 보금자리가 돼 상처를 감싸다 보니 세월에 묻혀있던 헌신과 섬김은 감춰진 보석처럼 빛을 발한다.

부산광역시 영도구에 위치한 영도교회에 이르려면 새천년 언덕길을 따라 한참은 올라야 한다. 습한 날씨에 기온까지 올라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 즈음 봉래산을 배경 삼아 자리 잡은 붉은 색 예배당이 눈 안에 들어온다. 배의 닻 모양으로 고풍스럽게 설계된 십자가 탑은 지역 교회의 위상을 당당히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못해 감탄을 자아낸다.

탑의 모양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던 담임 김덕신 목사는 "피란민이 판자촌을 이룬 곳이 영도였다. 원주민보다 이북 등 타지에서 온 분들이 터를 잡고 정착한 마을"이라며 "교단 소속으로는 영도에서 가장 먼저 설립돼 전쟁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며 세워진 교회"라고 소개했다.

영도교회는 평안 출신인 이응만 장로와 함경 출신 오기병 장로를 중심으로 피란민이 연합하며 성장했다. 당시 피란민은 지역 출신에 따라 갈등이 있었지만 교회 공동체 안에서 만큼은 신앙의 유산을 보존하며 겸손히 신앙생활의 끈을 이어온 것은 오래된 전통이자 자랑이 됐다.

2011년 부임한 김덕신 목사는 전쟁의 상처로부터 뿌리내린 교회의 전통과 특성을 이해하면서도 모든 성도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고 받은 은혜를 나누며, 은혜를 다시금 회복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성실히 목회했다. 김 목사는 "교회에 은혜가 넘치려면 하나님의 사랑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랑은 서로를 귀히 여기는 것"이라며 "새가족만 귀히 여길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보물 같은 한 사람, 모든 성도와 지역 주민을 귀히 여기도록 노력하고 힘쓰며 달려왔다"고 전했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타인을 귀히 여기는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은 '이웃'과 '다음세대'를 축복하는 교회로 자연스레 연계됐다. 그 결과 '원텐텐' 사역을 통해 해외 선교사역에 힘을 쏟게 됐고, '교회가 교회를 낳는다'는 비전을 통해선 새로운 모델의 개척교회를 세워나가는 일을 기도로 준비 중이다.

특별히 교회는 복음사역위원회를 통해 섬김과 나눔 사역을 지속하며 값없이 받은 사랑을 갚는 일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마을 내 지역사회보장위원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솔선수범했다. 이 사역 일환으로 추수감사절에는 특별한 장식 없이 전교인 '쌀 한 포대 헌물' 사역을 갖고 지역 주민과 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사랑의 쌀 나눔 행사를 진행 중이다.
8년째 진행 중인 '희망장학금' 사역은 영도교회만의 독특하고 귀한 사역으로 조명 받을 만하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선별해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적금을 들어주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평균 220여 만원이 지급되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많은 학생이 수혜를 입었다. 교회는 장학금 수혜자에게 '사랑의 빚진 자'임을 강조하며, 채무의식을 갖고 각자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훌륭한 인재,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줄 것을 당부한다.

이외에도 교회의 어르신 섬김 사역은 지역 내 가장 큰 잔치로 입소문이 났다. 고령화된 마을 특성에 따라 7년째 진행 중인 어르신 경로잔치는 연 400여 명에게 삼계탕을 대접한다. 더불어 여전도회에서는 반찬나눔 사역을 이어가며 사랑의 나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덕신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을 바로 세우고, 삶의 기초가 될 때 가정과 교회가 회복되고, 나라와 민족이 회복된다"며 "복음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사역에 있어 중요한 에너지가 된다. 그럴 때 마을과 세상에서, 성도의 가정과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영도교회는 복음의 바른 방향을 제시하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한 복음 사역은 공동체 안에서 '칭찬의 열매'를 맺으며 새로운 도약의 원동력이 됐다. 교회 창립 70주년을 앞둔 교회는 기념관 건축도 착수했다. 기존 예배당의 유형과 전통은 지키고 간직하되 새로운 공간을 조성해 친교와 봉사, 교육과 디아코니아 사역이 가능하도록 사역의 깊이와 폭을 넓혀 나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

김덕신 목사는 "영도교회는 교회다운 교회가 되겠다. 나는 예수님 잘 믿는 목사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본질을 놓지 않는 성도와 목사, 교회다운 교회가 되는 일이 앞으로도 영도교회가 추구할 변치 않은 방향이 될 것이라며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피란민에 세운 영도교회는 건강한 교회를 많이 낳는 어머니 같은 교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말씀을 연구하고 성도들을 양육하는 좋은 목사, 바른 목사로 살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성도들의 삶 가운데 말씀을 선포하며, 순종하는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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