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

어디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

[ 논설위원칼럼 ]

안주훈 목사
2020년 07월 27일(월) 00:00
결코 작지 않은 큰 도시, 그러나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름도 들어본 적도 없고 가본 적도 없는 이웃나라 한 도시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일상에 변화를 가져온 지 6개월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있다. 그렇게 자랑하던 현대과학의 이름이 무색하게 지금까지 변변한 약이나 백신도 개발되지 못한 채 교회도 학교도 화급한 불길을 잡는데 급급한 가운데 반년의 시간을 보냈다.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서 한번쯤 돌아볼 때가 되었다. 지난 반년이 넘는 세월동안 하나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깨닫기를 원하셨을까.

페스트가 몰아치던 중세에 믿음의 선조들은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귀중한 교훈을 발견했다. 사랑하는 자녀를 페스트로 잃으면서도 루터는 사역지를 떠나지 않았고, 츠빙글리는 역병에 걸리면서도 본질에 대한 질문을 계속했다. 오늘날 우리가 질문해야 할 돌아갈 본질은 도대체 무엇일까.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상하는 현란한 많은 말들을 뒤로 하고,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교회의 일원으로서 몇 가지 떠오르는 말들이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보다도 근본으로 되돌아가야 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를 감싸고 있던 가식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코로나19의 창궐 가운데 무엇보다도 정직과 충실의 가치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반년이 넘는 세월동안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 가는 이름이 있다. 이 질병의 문제를 처음 세상에 드러내고 공론화시켰던 젊은 안과의사 리원량의 이름이다. 전염병이 처음 창궐할 때 은폐와 거짓을 폭로하며 고난 가운데 가족과 미래를 뒤로 남기고 죽어갔던 이 의로운 젊은 의사는 그때 우리가 감격했던 것처럼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막상 오늘 우리는 그가 던졌던 정직과 투명에 대한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 가물가물 망각의 늪으로 던지고 있다.

최근 철학자 지젝은 펜데믹에 대한 단상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의 본질은 거짓과 속임으로 인한 고통이라고 정확히 말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가 지난 2월 이단 신천지에 대해 그렇게 분노했던 것도 그들의 거짓말로 인해 수많은 폐해와 고통, 그리고 죽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른바 이태원 사태에 사람들이 분노했던 이유도 인천의 한 학원강사의 거짓말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어느 때보다 교회의 정직의 덕목과 투명성, 그리고 공공성의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종교개혁의 선조들이 가르쳐 주었던 덕목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무엇을 잊어버리고 있던 것일까? 우리는 또한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번영의 신화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사람들의 뇌리를 잠식했던 것은 성장과 번영의 신화였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시대, 시간만 나면 비행기표를 가지고 낯선 여행지를 찾아 다니며, 여전히 배고프고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모든 권리와 혜택을 기꺼이 내려놓고 선교의 길을 나섰던 사명자들의 혜택을 이 땅이 받은 것이 불과 한 세기 전의 일이다. 한때는 그 발걸음을 나도 따라 걷겠다는 소명의 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때 우리의 조국은 선진국도 아니었고 IT강국도 아니었다. 수많은 나라가 케이팝(k-pop)이라는 이름도 들어보지도 못했고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이름도 다 외우지 못하는 아이돌 그룹이 유럽이나 미국의 문화계를 석권했다는 이야기에 감격하고, 한국의 그늘을 고발하는 영화가 구미의 영화제를 휩쓸고 있다는 소식에 감격하고 있는 가운데 막상 우리의 교회는 고된 발걸음으로 걸어가야 하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잊고 산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해외로 떠났던 귀한 선교사들을 후원해주지 못하고, 돌봐주지 못하던 교회를 바라본다. 미래를 향한 뜨거운 준비를 하는 후학들을 살펴주지 못함에 미래는 불안하다.

코로나19의 사태는 결국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 보내면서 우리가 깨달아야 하고 되돌아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잠시 숨을 돌릴만하나 온갖 현란한 포스트코로나의 담론 가운데 현란한 말 잔치가 다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발걸음을 잠시 돌아봐야 할 이 귀한 시기!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단순히 21세기 뉴 노멀 사회의 도래가 아니다. 이 시기를 보내면서 우리는 어디로 되돌아가야 할 것인가, 기도와 회개 속에서 통렬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인 것이 분명하다.

안주훈 목사/서울장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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