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해야 쓰임받는다

촉촉해야 쓰임받는다

[ 목양칼럼 ]

강경태 목사
2020년 07월 31일(금) 00:00
얼마전 함께 사역했던 여성 전도사님이 방문했다. 사역하며 가깝게 지낸 사이라 자주 왕래를 한다. 이제는 나보다 내 아내와 더 가깝게 지낸다. 하루종일 머무시다가 저녁이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틀 뒤 택배 박스 하나가 도착했다. 박스를 열어보니 물티슈가 가득 들어 있다. 아마도 수시로 방바닥과 식탁 및 물건을 닦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보낸 모양이다.

코로나 시대 위생을 위해 일회용품의 사용이 늘었다. 물티슈도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 보내준 물티슈를 목양실에 하나, 승용차에 하나, 주방에도 가져다 놓았다. 물티슈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티슈가 사랑받는 것은 티슈가 물을 품었기 때문이다. 물티슈는 메마르면 사용가치가 떨어진다. 물을 품어 촉촉해야 쓰임 받는다. 메마르지 않는 것이 실력이다. 주인에게 쓰임받기 위해 항상 촉촉함을 유지한다. 더운 여름도 메마르지 않도록 온몸을 뒤집어쓰고 모자까지 눌러썼다.

물티슈가 사랑받는 것은 주인이 원하면 더러운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그 자리가 아기 엉덩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온갖 오물 뒤집어쓰고도 자기를 뒤집어 내어준다. 낮은 자리에서 일한다고 자랑하지도 않는다. 쓰임 받고 조용히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담임목사로 부임해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보내주신 물티슈 바라보며 나는 얼마나 촉촉함을 유지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 부임했을 때 감격과 감사, 열정과 기대로 물기가 철철 넘쳤다. 그러나 지금 마음은 느슨해지고, 열정은 반감되고, 메말라 있는 모습에 부끄러워진다.

인근에 20년 넘게 목회하시는 선배 목사님 목양실 올라가는 계단 옆에 '목양실'이라는 팻말 대신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써 붙어놓으셨다. 오래 목회하셨음에도 메마르지 않고 물기 촉촉한 심정으로 목회하시고자 애쓰시는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코로나 시대 함께 모여 주여 부르며 기도하기 힘들어졌다. 마음껏 목소리 높여 찬양하기도 힘든 시기다. 그래서 촉촉함을 유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오히려 코로나 시대에 분주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처음 하나님과 더 촉촉했던 그 때로 돌아가라고 나를 부르신다. 그러기에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간다. 기도의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하나님 어려운 시기에 사명의 마음이 메마르지 않도록 더욱 주님의 은혜로 주님의 지혜로 내 마음 촉촉이 적셔주소서."

강경태 목사/백석무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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