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쪽으로 한 걸음

과학쪽으로 한 걸음

[ 공감책방 ] 맹기완의 '야밤의 공대생 만화'

최아론 목사
2020년 07월 17일(금) 08:00
C.P 스노우가 '두 문화'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분리에 대해 경계한지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은 요원한 일이다. 기성세대는 교육 과정 중 문과와 이과라는 선택과 결단의 시간을 경험했을 터인데, 한번 구별되고 나서는 건너서는 안 될 강처럼 문과는 과학에, 이과는 인문학에 대해서 관심을 내려놓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강을 건너야 할까? 이미 문과로 분류되어 몇 십 년을 살았기에 슬프게도 이과에서 문과로 건너가는 법은 이번 생에는 배우기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인문학에서 과학을 향하여, 강을 건너가기 위해서 노력해본 기억들은 있다.

# 과학사에

'야밤의 공대생 만화'(이하 야공만)는 과학, 아니 과학사에 대해서 어느 책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보통 인문학을 공부했다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헤겔과 같은 이름들에 개념이나 책의 목록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지만 윌리엄 쇼클리, 튀코 브라헤, 요한 베르누이와 같은 이름에는 어떤 책이나 개념들에 대한 연상 작용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야공만'은 위의 인물들을 시작으로 과학사의 핵심 인물들과 주변이야기들을 적절하게 기술하고 있다. '야공만'은 단언컨대 어떤 웹툰보다도 어설픈 그림들로 채워져 있는데, 믿어지지 않게 저자는 소싯적 꿈이 만화가였다. 햇병아리 공대생이라는 저자가 만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과학이야기를 풀어가는 노력의 결과가 엉뚱하게도 '야공만'이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왔다.

책은 윌리엄 쇼클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쇼클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필수 기반인 트렌지스터 즉 반도체의 개발자이며 실리콘 벨리를 시작한 사람이다. 쇼클리로부터 시작해서 빌 게이츠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모든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과학의 기초를 쌓은 사람들이다. 기독교로 치자면 바울, 어거스틴, 아퀴나스로부터 루터 칼뱅이라고 봐야하는 사람들이다. 만화와 대화창이라는 형식이어서 가벼운 주제들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공간에 대한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생각의 차이나, 직류와 교류에 대한 에디슨과 테슬라의 대결, 모두 인정하는 천재 아인슈타인이나 노이만의 이야기들은 우리를 과학쪽으로 한걸음 걸어 들어가는데 주저함이 없게 해준다. 공부, 배움, 알아감은 무엇인가 우리를 그 쪽으로 끌어당기는 동기로서의 힘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야공만'은 과학이라는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좋은 마중물이다.

# 자연계시 통해 말씀 … 과학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목회자들은 태초 즉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마지막 때, 종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특별계시만을 주신 것이 아니라, 자연계시를 통해서도 늘 말씀하시고 계시지 않는가? 그렇다면 과학사가 상식과 교양으로 우리에게 알려준 이야기들은 마땅히 관심을 보여야 한다. 선포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우리에게 알려진 자연 계시들에 대해 논할 때 절단면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과학쪽으로의 한걸음은 어찌보면 21세기의 목회자에게는 하나의 명령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사족 : 과학사에 대해서 좀 더 알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정인경의 책들을 권한다. 야공만 정도의 재미는 아니지만 더 깊이 있는 과학사의 이야기들을 우리네 관점에서 더 없이 잘 풀어내고 있다.

최아론 목사 / 옥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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