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논설위원칼럼 ]

문정은 목사
2020년 06월 30일(화) 00:00
미국의 코헨 형제가 감독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영화는 3인의 주인공이 나온다. 사막에서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2백만 달러 돈 가방을 손에 넣게 된 모스, 이 돈 가방을 되찾기 위해 고용된 무자비한 킬러 안톤 시거, 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보안관 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심히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살인 스릴러 영화라 할 수 있겠으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왜 영화 제목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잡았을까 궁금해진다. 영화의 중심은 사이코패스 킬러를 쫓는 은퇴를 앞둔 보안관 벨에게 맞춰져 있다. 보안관 벨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출신으로 냉철하고, 지혜로우며, 관록있는 인물이지만, 영화에서는 언제나 킬러보다 한발 늦는 행동의 무기력한 노인으로 비춰진다. 이유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안톤 시거'와 그가 조장하는 공포, 폭력, 혼돈을 벨은 이해할 수 없다. 영화 말미에서 보안관 벨은 마을 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공권력의 상징으로 인정받았던 과거, 도덕적 합리가 통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세상이 점점 나쁘게 변하고 있고, 이런 변화를 막을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안타까워한다. 영화는 결국 아무 사건도 해결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벨의 모습을 비추며 끝을 맺는다.

영화 제목의 '노인'은 오랜 삶에서 터득한 지혜와 현명함을 소유한 세대로, 그 권위를 사회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영화 속의 세상은 '노인'이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며,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변하였다. 노인의 연륜과 지혜로는 이 세상을 다스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기에 '노인'을 위한 나라(세상)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노인'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나이 들어 늙은 사람'으로, '늙다'라는 의미는 '사상적, 정신적으로 발전하는 현실에 맞지 아니하다'라는 설명을 찾을 수 있다. 변화에 민감하고 이를 잘 받아들이는 이가 '청년'이라면, 그 반대의 인물은 '노인'일 것이다.

코로나19 팬더믹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예상치 못한 삶의 변화를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컨택트(Un-contact) 사회로의 전환 속에서, 교회 예배도 온라인 예배로 대체되고, 교회 내 모임들도 비대면 모임으로 바뀌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교회 권위의 붕괴, 교회 내 위계 질서의 와해이다. 가상의 공간은 철저히 공평한 공간이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공간에서 담임 목회자에게 집중되었던 권위의 위계질서가 가상의 공간에서는 인정 받지 못한다. 교단, 교회, 직분에 사람들은 이제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마우스 클릭으로 여러 교회, 기독교 공동체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얼마나 다양한가? 생명과 죽음, 구원의 문제는 이제 종교만의 담론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죽음은 사제와 신학자의 전공이었는데, 오늘날 이 분야를 (과학) 공학자들이 넘겨 받았고, 죽음이 기술적인 문제인 시대'를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서문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 교회는 갑자기 강제된 코로나 뉴노멀에 얼마만큼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가? 급박하게 변화하는 사회 상황에 우리 교회는 얼마나 유연하게 반응하고 있는가?

20여 년 전, '정책 총회, 사업 노회'라는 새로운 총회 기구 개편 안 제안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총회 구조와 조직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하였었다. 이때 받은 컨설팅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기억나는 한 가지 지적이 있다. 총회 의사 결정 구조의 방대함을 지적한 부분이다. 한 국가의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 의회인 국회의 의원도 300명인데, 교단이 연회로 모이는 총회의 총대 수가 1500명이라는 것은 다양한 의견 수렴과 효과적인 의제 논의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총회 총대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한 문제점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교회는 변한 게 없다. 교회 조직은 점점 더욱 비대해지고, 교회의 인식/사고는 더욱 노화되고 사회변화에 둔감해 지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와 이에 민감하지 못한 보수적인 조직은 은퇴할 수밖에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문정은 목사/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프로그램 코오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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