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성벽이 속삭이듯 말을 건네 온다

빅 데이터 성벽이 속삭이듯 말을 건네 온다

[ 기독교미술산책 ] 박병근 작가의 '영성의 빅 데이터'

유미형 작가
2020년 06월 03일(수) 10:00
영생의 빅 데이터 91×91cm Acrylic on canvas, 2018
현대는 어떤 일이든 진행 속도가 미덕인 스피드시대에 살고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욕구와 행동을 파악하고 분석된 정보를 활용해 실행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광속도 시대를 살지만, 우리 마음 한편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기에 작가 박병근은 '한국적 정체성을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가'를 고뇌하다가 성벽을 모티브로 작업을 실행한다.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고유한 정서가 흐르는 성벽을 현대미감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누구나 성벽을 생각하면 마음 따뜻한 기억 한 두 가지쯤은 있다. 고향을 떠나 오랜 세월 한양도성에 살아 온 그도 이런저런 추억을 반추하며 성벽을 주제로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하며 대중적 공감대를 끌어낸다. 다소 거칠어 보이는 석돌 이미지를 단색조 큐브로 풀어낸다. 그 반복 행위는 오고 오는 세대의 영속성을 상징한다. 큐브는 세월의 흔적과 소소한 사연을 간직한 채 속삭이듯 말을 건네 온다. 성벽을 쌓을 당시는 적의 공격에 안전하고 어떤 무기에도 함락되지 않는 성벽이 목적이었지만, 성벽에서 회화적 미감을 모색한 것이다. "비슷해 보이는 성벽의 돌들이지만 돌의 색과 모양, 축성방법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성벽을 보고 있노라면, 눈과 마음이 열리며 수백 년이 넘는 문화유산이 나를 반긴다." 라며 작품 배경을 설명한다.

화면은 벽돌 줄눈 넣듯이 신소재 홀로그램(hologram)을 사용하여 큐브와 큐브 틈새에 금색 은색 콜라주(collage) 수법으로 작업한다. 홀로그램의 특징인 빛의 간섭을 이용한 입체적 화면 효과와 빛의 현혹은 이 작품의 백미이다. 콜라주 위에 나이프로 두툼하게 작업하기 때문에 화면은 자연스러운 입체감도 보여준다. 어디나 있지만 어디도 없는 그 만의 성벽, 어디서도 볼 수 있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 만의 공간은,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신세계가 펼쳐진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성벽 이미지는 민트(Mint)색 마감으로 특유의 청량감이 돋보인다.

민트는 그가 꿈꾸는 빛들의 세계, 아버지 나라 소환으로 보이며 심미적 상징성을 의도한다. 실제 오랜 기간 새문안교회 안수집사로 섬기는 그다.

긴 세월 우리와 함께한 예스러운 성벽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 성벽이 상처와 아픔을 딛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삶을 나누고, 예술도 경험케 한다. 성경에는 난공불락의 여리고 성벽 이야기가 나온다, 그 강력한 진을 파하는 강력은 말씀을 믿고 순종한 결과이다. 푸르른 유월에는 박병근의 '영생의 빅데이터'를 감상하고 가까운 도성을 걷는다면 상쾌한 민트향은 코끝을 스치고, 이스라엘 백성의 함성 소리는 귓전을 맴돌 것이다.

믿음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 성 주위를 칠 일 동안 돌자 성은 무너졌습니다.(히 12:30)



박병근 작가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홍익대학교 광고홍보대학원 졸업.

가천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2001~2010), 개인전 2회, 화랑미술제 등 아트페어 다수 참여



유미형 작가/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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