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과 목사의 즐거운 망상

교인과 목사의 즐거운 망상

[ 목양칼럼 ]

손미애 목사
2018년 07월 06일(금) 10:00
"목사님! 어떤 글에서 읽었는데 교회가 이렇게 빨리 부흥하다가는 타락해 버린답니다."

개척을 시작하고 2년쯤 지났을 때 한 청년이 진지하게 이런 고민을 필자에게 얘기했다. 10명쯤 모이던 출석 인원이 15명을 넘어서자 교회를 사랑하던 그 청년은 내심 걱정이 됐다고 한다.

조금 더 좋은 환경으로 교회를 이전한 뒤에는 이런 전화도 받았다. "목사님, 지금 교회에 가려고 하는데 교육관, 목양실, 식당 중 어디에 계실건가요? 교회가 넓어져서 힘드네요."

모든 공간을 다 합쳐도 가정집 정도 크기의 교회인데, 지금 우리 교인들은 교회가 무척 커졌다고 느끼고 있다.

처음으로 아동부와 청소년부가 절기예배 때 연주와 찬양을 선보인 날에는 교회가 온통 떠들썩했다. 모두가 교회의 밝은 미래를 그리며 흥분해 있었고 어떤 교인은 "이렇게 인재가 많은 교회에 아직 연예인이 없는게 말이 안 된다"며, 연예기획사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전교인 앞에 내놓기도 했다. 그날 몇 명의 아이들은 '정말 기획사 오디션에 지원해 볼까'하는 마음을 먹었다고도 한다.

사실 과대망상이 위험하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우리 교인들을 보며 필자도 기꺼이 즐거운 과대망상을 함께 누리고 있다. 개척 후 지난 4년 간 나는 늘 '우리 교회는 언제 경제적으로 안정될까?' '왜 각 부서의 조직이 좀 더 든든히 안 이뤄질까?'하는 고민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교회를 바라보는 필자와 교인들의 시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교인들이 여러 교회들의 상황을 모르거나, 아직 젊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필자는 교인들의 대화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됐다.

교회를 이끌고 나가야 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주님이 차려주신 귀한 식탁에 앉아 교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삶을 나누는 일, 이것이 요즘 필자가 성장의 과제로 삼고 있는 부분이다.

"목사님 우리 교회는 '은혜로 사는 교회'가 아니라 '은혜로 놀고 먹는 교회'인 것 같아요"

교인들의 이 고백이 목사가 사랑하는 주님께 올려야 할 오늘의 기도인 것을 배우고 있다.

손미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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