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프로세스, '원수 사랑'의 새 언약

판문점 프로세스, '원수 사랑'의 새 언약

[ 이슈진단 ]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의 의미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8년 07월 03일(화) 10:00
판문점 프로세스, '원수 사랑'의 새 언약 만들기



분단과 냉전의 동토에 평화의 봄이 경작되고 있다. 평화의 농부이신 하나님께서 내려오셔서 평화의 모를 심고 계신다. 냉전시대의 논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 제안과 만남과 선제적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적인 판문점공동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은 하나님의 뜻으로 보는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분단과 냉전은 끝이 아니라 화해와 통일을 향한 변곡점이요 새로운 시작이라는 증표이다.

식민과 분단과 냉전으로 이어지는 '고난의 행군' 속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민족생명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민주화와 통일이 동전의 양면인 것을 자각한다. 이 같은 자각은 1984년 일본 도잔소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정의에 관한 국제협의회'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도잔소 프로세스'로 명명된 이 평화의 노력은 1986년 스위스 글리온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독인협의회'를 통해 남북 그리스도인들의 첫 성만찬적 만남을 잉태한다. 1988년 2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한반도통일정책의 초석이 된 '한반도 통일과 평화에 관한 한국교회선언'(88선언)을 발표한 이후, 세계교회들의 에큐메니칼 대회들을 통해 남북교회의 만남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남북교회는 2004년 도잔소회의 20주년을 맞아 다시 도잔소에서, 2014년 도잔소회의 30주년을 맞아 스위스 보세이에서 만난다.

도잔소 프로세스의 역사적 결실 중 하나는 2006년부터 본격화된 평화와 통일과 개발협력을 위한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의 결성이다. 이번 6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 창립 70주년 기념 중앙위원회와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은 도잔소 프로세스의 역사적 유산을 계승하는 새로운 평화 프로세스인 '판문점 프로세스'를 출발시킨 역사적 모임이 되었다. 도잔소 프로세스가 세계교회가 남북교회의 평화중재자로 나서는 틀을 지녔다면, 판문점 프로세스는 세 차원의 에큐메니칼 지평들이 융합을 이루는 평화 프로세스로 진행될 것이다. 첫째는 남북교회가 자주적으로 선도하는 프로세스요, 둘째는 한반도 에큐메니칼 포럼이 확대재생산구조를 가동하며 성만찬적 연대로 참여하는 프로세스이며, 셋째는 세계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에큐메니칼 공동체들이 평화의 순례자로 동행하는 프로세스이다. 이 세 지평이 상호신뢰하며 융합적 순환구조를 만들어낼 때 판문점 프로세스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만들기를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실효성 있는 평화프로세스가 될 것이다.

여기서 가장 결정적인 지평은 남북교회의 자주적 선도이다. 남북교회는 냉전시대의 논리와 의식을 평화공존시대의 논리와 의식으로 전환하면서 이질성의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에 하나의 거룩하고 사도적인 공 교회를 건설하기 위해 부단한 자기부정과 자기 비움의 길을 걸으며 상호변혁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 남한교회가 교파중심의 복고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북한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선점하고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맘몬의 길을 간다면 상호교류의 문은 다시 닫힐 것이다. 북한교회는 세계를 향해 개방된 사회주의체제 아래서 '미제의 앞잡이', '인민의 아편'이라는 사회 역기능적 기독교관을 쇄신하고 인민들의 영적 사회정치적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종교적 순기능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판문점선언의 실현을 공동의 목표로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연대와 협력의 망을 구축할 남한교회의 협의체인 가칭 '한국교회판문점포럼'의 구성을 제안한다.

판문점 프로세스는 동북아시아 평화연대를 견인해야 한다. 동북아시아 에큐메니칼 교회공동체가 민족주의적 이해관계를 넘어 판문점 프로세스에 참여할 때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지평을 융합한 실체적 평화 만들기가 가능하다. 국가주의적 이해관계에 종속된 교회는 동북아시아의 공동의 집을 짓는 평화의 도구가 아니라 국가 이데올로기에 복종하는 정치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분단과 냉전은 하나님과 이웃으로부터 소외되는 이중의 소외구조로 하나님의 사람들마저 이방인화한다. 분단과 냉전은 우리의 화평이신 그리스도께서 이방인화된 둘을 십자가로 하나로 만들어 원수 되어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하나님과 화해하게 하신 구원의 역사를 실제적으로 무효화한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에서 치유되고 화해된 세상,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풍성한 생명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옛 율법의 조문은 무엇인가?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하나님 사랑'과 '원수 사랑'으로 구현하기 위해 우리가 심장에 새겨야 할 사랑의 새 언약은 무엇인가? 평화!



이홍정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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