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가능한 실천적 파트너 관계

대화 가능한 실천적 파트너 관계

[ 신학플러스 ] 신학과 생태학의 만남

김도훈 교수
2018년 06월 27일(수) 09:36
김도훈 교수.
신학과 생태학의 만남은 실천적 파트너 관계

요즘 신학과 타학문 사이의 학제 간 연구가 대세라고 하지만 비교적 거리가 먼 학문이 있다. 신학과 생태학 사이가 그렇다. 그 거리는 아마 아덴과 예루살렘의 거리 만큼일 것이다. 각각의 고유 영역이 둘 사이의 접촉면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신학은 하나님에 대한 학문이다. 넓게 정의해도 성경을 근거로 한 기독교의 학문이다. 반면 생태학은 자연과학으로서 "생물 상호간의 관계 및 생물과 환경과의 관계를 연구하여 밝혀내는 학문"이다. 이처럼 다른 학문인데도 생태학과 신학이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생태신학이라는 용어 때문일 것이다. 마치 생태학과 신학의 결합인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생태신학은 환경위기에 직면하여 자연의 의미를 신학적으로 밝히려는 신학의 한 분야일 뿐, 자연과학인 생태학과 관련 있는 학문은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흔히 그렇게 불리고 있는 생태신학은 '자연의 신학'(Theology of Nature)이라 칭하는 것이 좀 더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인 생태학과 신학의 대화의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생태학의 발견들이 생태신학, 즉 자연에 대한 신학적 시각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학은 헬라어 '오이코스', 즉 집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것은 자연을 인간을 둘러싼 환경, 인간의 집으로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자연은 데카르트의 주장처럼 인간의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집이며 인간의 환경이다. 이것은 신학적 적용이 충분히 가능한 사고이다. 하나님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자연의존적 존재로 살아가도록 만드셨다. 자연의 창조는 결국 인간의 집의 건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태학은 자연과학이므로 탐구의 대상은 바로 자연이다. 신학과의 접촉점이 여기서도 만들어진다. 신학의 대상 중의 하나가 역시 자연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성서의 첫 장과 사도신경의 첫 항은 하늘과 땅의 창조자에 대한 고백으로부터 시작한다. 하나님은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두를 창조하신 분이다. 그는 인간의 창조자이며 자연의 창조자이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것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인간도 자연도 한 하나님의 피조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학은 창조자 하나님 자신, 하나님의 창조 행위뿐만 아니라, 그의 피조물인 자연에 깊은 관심을 갖는 학문이다. 현대 신학이 "자연 없는 창조"를 말한 것이나 창조자 하나님 자체에만 관심을 두거나 하나님의 피조물의 한 부분인 인간과 역사만 신학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성서의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학은 신-인간학이 아니라 신-인-자연학이다.

오늘날 생태학을 포함하여 자연과학이 밝혀준 것은 자연은 결코 분리된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 상호의존적 관계적 존재라는 것, 결코 기계적 시스템이 아니라 상호 연결된 유기체라는 점이다. 신학자들도 자연스럽게 이런 자연과학의 결과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연을 "상호 작용하는 공동체"이며, "서로 통합된 생태 시스템"으로, "거대한 복합체"로 이해하였다. 자연은 놀랄만한 상호 의존성과 관계성의 복합체이다. 자기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자연 속에 아무 것도 없다. 존재하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유기적 연관성 속에서 서로와 함께, 서로를 위하여, 서로 안에서 존재하며 살아간다. 무관계성과 고립은 모든 피조물에게 있어서 죽음과 해체를 의미할 뿐이다. 개별자는 타자와의 연관성 속에서만, 그리고 전체와의 연관성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루츠는 "생태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는 창조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연관되어져 있다는 것이다. 상호 연관성, 상호 의존성은 가장 중요한 생태학적 원리중의 하나"라고 말하였다. 로렌스 믹(Lawrence E. Mick) 역시 "생태학의 근본적인 원리는 모든 피조물의 상호연관성이다. 결정이나 행동에 있어서 이러한 상호연관성 원리의 부족한 인식 때문에 환경이 파괴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보프(L. Boff)도 마찬가지다. 그는 "생태학은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의 관계들, 상호작용, 그리고 대화와 관계가 있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함께 공존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포괄적 관계의 무한한 그물망에 의해 그 존재가 지속된다. 어떤 것도 관계밖에 존재하는 것은 없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피조물의 상호 관계와 의존성에 대한 생각은 기독교적 세계관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창세기의 창조기사에 의하면 창조는 다양한 삶의 영역들의 연관 및 상호 의존 관계로 존재한다. 몰트만의 말대로 "모든 피조물들은 공동체로 방향 지워져 있고 공동체의 형태로 창조되었다. 공동체화는 피조물의 삶의 원리이다. 창조는 개별적인 기본 입자들로 구성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인간들이 자연에 가한 분리의 최종적 소산일 뿐이다. 창조는 보다 풍부해지는 공동체 관계의 복합체 속에서 살아간다."

마지막으로, 신학과 생태학의 대화 가능성은 실천적인 측면에 있다. 오늘날의 심각한 환경위기 속에서 자연의 상호의존성과 관계성을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론적으로 깨닫게 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물의 멸종을 막고 생물의 다양성과 번성의 삶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실천적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도훈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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