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설주와 강낭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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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에서온편지 ] 베트남 강영미 선교사(2)

강영미 목사
2018년 06월 26일(화) 10:00
지난 2000년 선교지인 베트남에 도착한 강영미, 문병수 선교사 부부.
베트남은 지금 동남아시아의 경제 중심지로 새롭게 떠오르려 하고 있다. 그러나 파송 당시인 2000년만 해도 호치민시엔 비교육적인 환경들이 너무나 많았다. 정착한 첫 집은 매우 열악해 찬장을 열면 자주 쥐가 출몰하곤 했다. 아이들에겐 침대 매트리스도 없이 판자 위에 돗자리를 깔아주고, 미안한 마음에 모기장을 예쁘게 쳐주었다. 처음엔 모두가 캠핑장에서 밤을 보내는 기분이었지만, 아이들은 곧 살던 집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하며 잠자리에 드는 것처럼 보였다.

선교는 현실이었다. 삶이었고, 투쟁이었다. 일단 식수부터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 물을 사먹어야 했다. 게다가 거의 한국과 비슷한 공산품 가격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아이들 학비는 왜 그리 비싼지 1200달러 남짓한 후원으로 살아야 했는데 학비와 집세를 합하면 1000달러가 넘었으니 앞으로의 삶이 훤히 짐작됐다. 다행이도 필자가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 교사로 임용되면서, 아이들 학비를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 선교 현장에 파송될 때는 방안의 공기까지도 담아가라'던 선교사들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큰 아들이 겪었던 혼란은 두 살 적은 딸보다 몇배는 더 컸던 것같다.

필자가 첫 텀을 한국학교 교사로 정착하던 시기에 남편은 베트남어 성경읽기에 몰입했다. 그는 "처음엔 오토바이 타지말고 자전거를 타라"는 선임 선교사의 조언에 그대로 순종해 6개월을 자전거를 타고 언어를 배우러 다녔다. 왕복 3시간이 넘는 자전거 통학이 힘들었는지 가뜩이나 마른 남편은 몸무게가 6kg이나 빠지기도 했다. 6개월이 지난 후 오토바이를 구매했는데 마치 고급 승용차를 산 기분이었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덧 1년이 지나갔다. 그 즈음 남편 문병수 선교사는 베트남어 성경단어집을 발간했는데 거의 완성된 책을 본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태복음부터 말라기의 순서로 베트남어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단어를 찾아서 배열해 놓은 것이다. '선교사가 현지어 성경을 한 번 읽는 다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일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선교사들은 알 것 이다. 처음 선교지에서 현지어 성경을 1독 하는 일이 성경을 만들어내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이 단어집은 지금도 베트남 전역에서 사역하시는 또는 새로 정착하는 사역자들에게 무료로 공급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 기록된 저자명 '문설주와 강낭콩'이다. 당시 위압적인 선교 환경에서 저자의 신분을 숨기고자 했던 것인데, 의외로 재미있는 이름이 탄생했다. 남편 문병수는 문설주로, 강영미는 강낭콩으로 말이다.

우리 딸이 그린 그림에는 아빠는 거북이로 엄마는 돼지 퀸으로 별명이 붙여졌다. 지금이나 그 때나 나는 뚱뚱했고, 아빠는 거북이같이 느려 보였나 보다. 그래도 문 선교사는 꾸준한 노력으로 훌륭한 책을 만들어 냈다.

베트남 선교 정착 초기 2년을 문설주와 강낭콩의 베트남어 성경단어집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그리고 주님의 은혜로 셋째 자녀도 태어났다.



강영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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