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변화시키는 제자를 키워내야

세상 변화시키는 제자를 키워내야

WCC 세계선교대회, CCA 아시아선교대회를 통해 본 한국교회의 과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06월 19일(화) 10:00
지난 3월 10일 아루샤 세계선교대회에서 아프리카 특유의 춤을 추며 예배를 드리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WCC Albin Hillert
지난해 10월 미얀마에서 열린 CCA 아시아선교대회 모습.
지난 6월12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주최한 WCC 아루샤 선교대회 보고세미나에서 박보경 교수(오른쪽)가 주제 발제를 하고 있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정병준 교수(서울장신대)
최근 에큐메니칼 운동계에서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주최한 세계선교대회(Conference on World Mission and Evangelism, CWME)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개최한 아시아선교대회가 개최되어 세계교회에 새로운 비전과 과제를 던졌다. 한국교회 또한 세계교회의 비전 선포와 새로운 선교적 이정표 제시에 대한 응답과 변화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8~13일 아프리카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열린 세계선교대회는 WCC CWME가 2012년에 마닐라 선교대회를 통해서 채택하고 2013년 WCC 부산총회에서 보고한 (TTL Together Toward Life)문서에 기초하고 있다.

이번 CWME 선교대회에서는 '변혁적 제자도'를 주제로 '주변부로부터의 선교(mission from the margin)'가 키워드였다. 이는 선교가 더 이상 한쪽 방향, 부유한 자들에게서부터 가난한 자들로의 선교가 아닌, 그래서 남방교회를 선교의 수혜자로 인식하거나, 서구 북방교회를 선교의 수행자로 인식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이런 관점에서 변혁적 제자도로서의 선교는 결국 힘과 권력, 돈에 의해 작동되는 불의한 세상의 질서를 변화시키자는 것이었다.

또한, 지난해 10월 11~17일에는 CCA가 '상생의 여정 - 아시아에서 진리와 빛을 향한 예언적 증언'이라는 주제로 미얀마 양곤에서 아시아선교대회를 개최했다. 25년만에 열린 선교대회에서는 아시아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그리고 생태적 상황을 반영해 △신음하는 피조물을 보호하기 △이민/이주자들을 환대하기 △배제된 차별된 이들을 포용하기 △경제적 불의에 항거하기 △이웃종교와 조화롭게 지내기 △정치적 혼란에서 평화세워가기 등을 아시아 교회가 기여할 선교영역으로 선포했다.



#전통적 방식 선교 넘어 세상 변화시키는 제자 양성에 초점 둬야



세계 에큐메니칼 선교계가 역사적인 대회들을 개최하고, 이에 따른 중요한 선교문서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어떻게 응답하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CCA 아시아선교대회에서는 시급한 아시아의 선교과제로 신음하는 창조세계(생태계 위기)를 비롯해 이주하는 사람들(이민자, 이주노동자 등), 배제되고 소외된 자들, 사회 정의(불공정한 제도, 자본의 힘, 금융화), 종교적 관용(종교간 화합), 지정학적 혼란(평화, 통일) 등을 꼽았다. WCC 아루샤 세계선교대회에서도 선언문에 △주변부 사람을 북돋아 세움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과 연대 △다른 신앙을 가진 자들과 대화 △난민, 이주민 등 쫓겨난 이들을 위한 정의를 위해 싸움 △잘못된 권력에 도전 등의 내용을 꼽아 서로 다른 대회였지만 선교 과제에 대한 거의 같은 생각이 공유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향후 한국교회도 선교에 임할 때 단순히 복음을 전하고, 교회 세우는 전통적 방식의 선교를 넘어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며, 이들을 세상의 변혁을 위한 하나님의 제자로 성장시키는 사역에 더욱 중요점을 두어야 한다는 과제를 주고 있다.



#'성령'의 임하심 통해 한국사 주체되는 교회로



에큐메니칼 신학자 김용복 박사(전 한일장신대 총장)는 최근의 선교대회 중 특히 아루샤 선교대회를 언급하며, "이번 대회의 주제가 '성령 안에서의 선교:변혁적 제자도로의 부르심'이었다"며, "여기서 '성령'을 강조한 것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한국교회사를 보면 1907년 평양 대부흥을 통해 한국의 역사가 새롭게 되는데 이는 성령의 역사를 통한 것이었다"며, "성령의 역사를 통해 개인들의 내적인 변화가 이뤄졌고 이 사람들은 일제에 저항할 수 있는 역사적 주체로 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교회는 성령의 역사가 평양대부흥운동, 3.1운동,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으로 연결된 역사적 흐름을 통해 변혁적 제자도가 실현되었음을 알아야 한다"며, "성령은 제도와 교리, 교회구조와 종교, 국적을 초월하는 존재이심을 기억하며, 이 중대한 시점에 한국교회가 기도와 예배를 통해 개인이 변화되고, 이를 통해 역사의 변혁을 이루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의 화해



선교 전문가들은 이번 WCC 아루샤 대회에서 과거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로 확연히 양분되던 신학적 갈등이 상당부분 해소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하고 있다. 박보경 교수(장신대 선교학)는 "아루샤 대회는 명실상부 에큐메니칼 진영의 대표적인 선교대회지만 그 내용에 있어 복음주의 선교이해를 매우 적극적으로 수용해내려는 흔적이 여실히 보였다"며, "강사진들의 발표와 선언문에서도 양 진영의 목소리를 골고루 담아내려는 노력이 잘 보였다"고 평가한다.

지난 2013년 WCC 10차 부산총회 때 교회가 양분되어 복음주의 진영에서 격한 반대운동을 하며 분열의 모습을 보인 바 있는 한국교회는 이러한 최근 선교신학적인 분위기를 인식하며 서로를 인정하고 수용해내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기고 있다.



#여성과 청년이 교회의 주체로



그동안 교회 구조 속에서 주변인이었던 여성과 청년이 이번 선교대회들 속에서는 주체적인 역할을 감당했다는 점도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루샤 선교대회에는 참가여성이 419명으로 전체 41%였고, 청년도 128명으로 12.5%를 차지했다. 단순히 참가자의 비중만 늘었던 것이 아니라 기조강연자와 개회예배 설교 등이 모두 여성이었고,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젊은 여성 지도자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WCC에 비해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진 아시아인들이 회원으로 있는 CCA 또한, 실행위원을 구성할 때 반드시 여성과 청년, 평신도의 쿼터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50~60대 남성 위주로 총대를 구성하는 한국교회는 구시대적인 구조를 변경해야 할 도전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아루샤 선교대회를 이끈 WCC CWME 국장 금주섭 목사는 "에큐메니칼 운동에 있어 화합과 평화에 관한 대화를 통해 예언자적 역할, 선교기관과 선교운동 사이의 창조적인 역할, 선교적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 등을 감당해야 한다"며, "기독교의 무게중심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교회는 한국교회가 에큐메니칼 운동의 발전을 위해 한국교회가 역할을 감당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가 위축되었다고 해도 하나님의 소명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선교적 역동성과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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