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그림자와 내 안의 영광

내 마음의 그림자와 내 안의 영광

[ 교육칼럼 ] 마음근력 키우기<7>

하혜숙 교수
2018년 06월 19일(화) 10:00
초심자로서 교회생활을 하면서 관찰한 것 중의 하나는, 사람들마다 기도할 때 하나님 앞에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거룩하시고 공의로우신 하나님'이라 부르고, 또 다른 사람은 '은혜와 사랑이 풍성하신 아버지'라고 부르며 또는 '전능하신 하나님',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나님' 등 사람마다 기도할 때 하나님을 부르는 수식어가 달랐다.

그런데 가만히 지내면서 보니 그 수식어와 그 사람의 성격이 일정부분 닮아있거나 연결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공의로우시다고 부르는 분은 기독교윤리 실천운동에 열심인 집사님이셨고, 사랑이 풍성하신 아버지라고 부르는 분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웃어주고 손잡아주는 권사님이셨다. 물론,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부를 때 앞에 붙이는 수식어가 모든 것을 다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된 특성이나, 또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하나님께 투사한 것처럼 보였다.

상담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개념들 중에 '투사(projection)'라는 용어가 있다. 투사는 자기 스스로 혹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충동이나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게 전가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결점을 타인이나 환경의 탓으로 돌려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결함이나 약점 때문에 느끼게 되는 위협이나 불안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성적이거나 공격적인 충동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자기 안에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비추어 보게 되는데,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자신의 긍정적인 특성을 하나님께 투사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것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 비추고 전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칼 융(Carl Jung)이라는 학자는 우리 내면에는 스스로가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충동들을 담고 있는 어두운 부분, 즉 그림자(Shadow)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콤플렉스(complex)라는 말을 쓰는데 이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이 바로 융이다.

융은 성격의 어두운 부분인 그림자 영역을 받아들여 영혼 속에 편입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가 심리적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우리가 살다보면 이상하게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다. 마치 없는 것처럼 시치미 떼지만 다들 있게 마련이다. 어쩜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하는 짓이 미운지, 어떻게 그렇게 얄미운 짓만 골라서 할 수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하지만 기억하라. 만약, 어떤 사람이 이렇게 얄밉다면, 그것은 나의 그림자가 투사된 것이다.

융이 말하기를 '내 것이 아니면 나를 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즉, 나와 전혀 상관없으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든지 내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토록 미운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내 안에 있지만 내 것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못난 부분, 어두운 특성을 그 사람이 그대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미운 사람이 있다면 "어휴, 못난 내 모습이려니~"하고 용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사실 투사의 원조는 하나님이신 것 같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우리를 만드셨기에 우리에게도 투사하는 능력이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께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온전하신 사랑 안에서 완전한 하나님의 형상을 우리에게 투사해 주셨는데 우리의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영이 떠나고 난 후 부터는 온전치 못한 깨어진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투영하게 된 것 같다. 사람이 죄를 짓고 난 후 가장 먼저 한 것도 바로 자기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고 탓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인이 되었기에 이제 하나님께서 애초에 우리에게 허락하신 대로 온전한 반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다시금 하나님의 영광이 회복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왜곡된 자아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라 온전한 하나님의 영광과 형상을 원조 그대로 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안에서 어두운 나의 그림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의 영광을 다른 사람에게 비출 때, 또한 그 사람 안에서도 하나님께서 심어 놓으신 하나님의 형상이 빛나기를 소망한다.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투사할 때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마음껏 나타나시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우리는 내 안에서 주님이 강같이 흘러넘쳐서 주변을 적시도록 할 수 있다.

하혜숙 교수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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