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교회가 그립다

이런 교회가 그립다

[ 주간논단 ]

김승학 목사
2018년 06월 12일(화) 10:00
얼마 전 한 목사님으로부터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40세 후반에 신학교에 입학해 50이 넘어 목사 안수를 받은 분이다. 목사님은 소도시에서 사역하다 수년 전부터 주일에 30여 명의 교인이 출석하는 시골의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다. 목사님이 한번은 정년보다 조금 일찍 은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필자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결정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게 목회를 시작한만큼 교회법으로 주어진 마지막 시간까지 주의 종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목사님은 '사랑의 마음으로 목양(牧羊)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누구보다 투철했다. 그는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좀처럼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지금도 작은 마을 곳곳에 살고 있는 성도들을 심방하고 돌보며 주일예배, 수요예배, 새벽기도회, 심방 등에 필요한 말씀을 준비하는 일로 하루 일과 대부분을 보내는 분이다.

그러나 목사님은 마음과 몸이 예전 같이 않아 결국 조기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하루하루 몸과 마음이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충성스럽게 감당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회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마음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분은 은퇴 후 생활을 거의 준비하지 못했다. 총회 연금이나 사적 연금도 없다. 수년 전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는데 그게 전부다. 두 아들이 객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자기 살기에도 빠듯해 정기적으로 부모에게 생활비를 보태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안일을 위해 교회를 희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 목사님이 조기은퇴를 고집한 것이다.

정년을 2년 정도 앞두고 목사님이 전격적으로 자신의 거취를 밝히자 당회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의욕이 많이 떨어져 목회도 힘들고 설교도 힘들다며 목사님이 사임의사를 고집하자, 한 장로님은 설교하기 힘든 날은 설교 본문만 읽은 후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강단에서 내려와도 좋다고 말하며 만류했다. 혹 임지(任地)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모를 까, 다른 교회를 섬기기 위한 사임이 아닌 이상 정년까지 교회를 섬겨달라고 했다고 한다. 장로님의 이 말은 체면치례가 결코 아니었다. 또한 교인들 역시 목사님의 사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배 후 점심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교인들의 식사 분위기는 무거웠다. 감사한 마음으로 계속 교회를 섬기고 있긴 하지만 목사님은 여전히 교회에 폐를 끼치는 것에 미안한 마음과 자신이 가야할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요즘 연임청원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는 목회자들이 늘고 있다. 연임청원 시기가 다가오면 적지 않은 교회에 긴장이 흐르기도 한다. 목회자들은 교회에 폐를 끼치는 존재가 되지 않도록 변함없는 소명감과 뜨거운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 목양해야 한다. 또한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한 일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생명을 걸 수 있어야 한다. 반면에 교회는 목회자들이 소신껏 목회할 수 있도록 기도와 물질로 지원하고 사랑으로 격려해야 한다. 목회자가 소명에 순종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신실하게 목양하고 있다면 비록 실수하고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성도들은 주의 종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섬겨야 한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목사는 목양에, 성도는 성도의 본분에 헌신할 때 교회는 평안하며 든든히 서갈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어느 시골 교회는 분명 수적(數的)으로는 작은 교회이지만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아름답고 건강한 큰 교회라고 필자는 믿는다. 이런 교회가 그리운 것이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김승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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