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

[ 시론 ]

노영상 목사
2018년 06월 05일(화) 10:00
과거 북한과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진보 정치계의 주장이었으며, 보수 정치계에서는 이런 논의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취해왔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등의 진보 정치가들은 평화협정을 위해 노력하였지만, 이에 대해 미국의 반응은 냉담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엔 무언가 변화된 내용이 있다. 진보 정치가로서의 문재인 대통령이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모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의 차이점은 북한이 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다는 점뿐이다. 이에 미국도 비핵화 문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북한, 미국 모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2013년 11월 WCC 제10차 총회에서 발표된, 'WCC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엔 다음의 구절이 있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으로 한국전쟁이 중단된 후 60년 동안,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은 핵무기 비축을 비롯한 방어적인 군사력 증강을 통해 기술적 측면에서 전쟁 상태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현재 상황은 1953년의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이 긴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선언서 속의 이 문장들은 오늘의 우리에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필요함을 언급한다. 전쟁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고 생각하는 정전협정이 전쟁이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하는 종전선언으로 대체될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서 남북미 삼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보다는 종전선언이나 종전의 길로 가겠다는 뜻을 표명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일을 위해 남·북·미와 이외 중국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 바, 이 문제는 외교 일선에 있는 분들이 잘 처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종전협정이나 평화협정으로서의 '협정'은 국회의 비준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선언 정도는 그러한 절차가 없이도 가능할 것이라 해석되는 바, 이에 대한 법적인 근거는 잘 갖추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예상을 넘어 오늘날 동북아 지역과 한반도의 정세는 급변하고 있는 정황인 바, 이전의 생각에 갇혀 상황을 예단하지 말고, 새로운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을 예리하게 분석하여 잘 대처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평화협정을 맺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뿐 아니라, 선결되어야 할 여러 전제들이 있는 고로, 이에 대해 너무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특히 평화협정을 위해선 헌법의 몇 군데를 수정할 필요 또한 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 이 조항은 북한을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을 국무위원장으로 호칭하지도 말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이 헌법의 조항에 묶여 있는 한, 오늘과 같이 평화를 향한 대화가 진일보 하지 못하였을 것이며, 이에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민적 합의 가운데 이 문제를 어떻게 전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될 것이며, 노력한다면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 초 한국은 심각한 전쟁의 위험 속에 있었으며, 현 정부의 작금과 같은 노력이 아니었으면 그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보수계 정치가들의 안보 문제에 대한 염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현 정부의 노력에 대한 긍정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보수 정치계에서 염려하며 항상 언급하는 예가 있는데, 월남의 경우이다. 평화협정 후 미국은 월남에서 철수하게 되고 2년이 지나 베트남이 공산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곧 평화협정 후 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그와 같은 모습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이다.

이에 오늘의 행정부는 이런 우려 섞인 언급들을 마음에 담은 체, 일면으로는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를 이루고 또한 자주적 국방력을 배양하면서 이런 협정을 해나갈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오늘 우리는 통일이 대박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장밋빛 환상에만 머물지 말고, 사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싱가포르에서의 회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노영상 목사/ 총회한국교회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