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살림으로 창조의 숲을!

종이팩 살림으로 창조의 숲을!

[ 독자투고 ]

유미호
2018년 06월 04일(월) 11:02
하나님이 맨 처음 지으신 곳은 숲이었다. 창조의 숲. 그 숲이 이미 많이 사라졌고, 또 사라지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의 숨은 점점 더 가빠지고 있다. '지키고 돌보라'(창2:15)고 하신 곳인데, 우리는 복사지 한 장, 종이컵과 종이팩, 신문지와 골판지, 화장지 하나를 아무런 의식 없이 사용한다. 한 사람이 평생 쓰는 목재, 종이를 합치면 소나무 237그루나 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 복사지로 베어지는 건 87그루 정도다. 한편 종이컵은 한 사람이 하루에도 서너 개씩 1년이면 1460개를 쓰는데 이는 약 여섯그루의 나무에 해당한다.

우리가 일찍이 종이가 곧 나무요, 창조의 숲임을 알았더라면 양상은 달랐을 것이다. 이면지 사용은 물론 양면복사를 하고, 재생 복사지와 재생화장지 사용을 즐겨 했을 것이다. 일회용 종이컵 사용도 삼갔을 것이다. 사용한 종이는 최대한 재활용하기 위해 힘썼을 것이다.

종이 재활용을 위해서 우선할 것은 현명한 분리배출이다. 특히 음료 포장용기인 종이팩은 순수 천연펄프로 만들어져 있어서 다시 종이로 재활용하기 좋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펄프로 만들어 양면에 무독성 폴리에틸렌을 도포한 원지를 사용하여 만든 포장용기이다. 그렇기에 종이팩은 일반 종이와 뒤섞어 버려서는 안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 종이팩이 일반 폐지와 섞여 배출되고 있다. 학교와 같이 집단 급식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일반폐지와 혼합해 배출하는 듯한다. 순환자원유통센터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한 번 폐지에 섞인 '종이팩'은 사실상 별도 선별이 불가하다고 한다. 일반 종이와 재질구성 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통계로 보면, 현재 우리는 환경부 고시 의무율(32.1%, 2만4천톤)의 68%밖에 재활용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 몇 년 간 수거량도 매년 줄어 미이행 벌금(부과금)이 증가하고 있다. 종이팩 재활용에 투자되어야 할 자금이 벌금으로 소진되고 있는 것인데, 그 액수가 2017년 기준 24억이나 된다.

이제라도 교회가 앞장서 창조의 숲을 기억하며 종이팩 재활용에 힘을 모으기를 바란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blog.daum.net/ecochrist)이 한국종이팩자원순환협회와 협력하여 종이팩 분리수거함을 보급하고 있으니 활용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우유나 주스 팩을 회수하여 화장지나 현금으로 교환한 것을 이웃과 나누자는 캠페인이다. 회수는 재활용업체가 와서 하겠지만, 교환 단가가 크지 않으니 적정한 양을 모아놓을 공간이 필요한다.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하되, 규모가 크지 않을 경우 지역 내 몇 교회가 협력하여 한 곳에 수집하는 것도 방법이다. 할 수만 있다면 적정량이 모이면 직접 수집업체에 가져다주어도 될 것이다.

지난 6월 첫째 주일은 환경주일이었다. 올해 한국교회는 '기후변화의 땅에 에너지정의를 심어라'라는 주제에 맞춰 예배하고 기도하며 실천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에너지를 덜 쓰고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의 생산을 늘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은 숲을 '지키고 돌보는' 일이다. 직접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지구 온도를 늦추는 적극적인 방법이다. 종이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한 번 사용한 종이제품을 재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순수 천연펄프로 만들어진 종이팩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일반 종이와 뒤섞어 버린다는 것은, 날로 심각해져가는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할 것이다.

교회가 창조의 숲을 기억해내고, 필요만큼 종이를 사용하되 쓴 만큼 나무를 심고, 한 번 쓴 종이제품은 최대로 재활용하게 되기를 기도드린다. 버려지는 종이팩을 정확한 분리배출로 살려,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로 신음하는 피조물에게 당당해지고 골고루 창조의 숲을 누리게 되길 기도한다.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