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뿐 아니라 근본을 탐구하는 장을 제공해야

기능 뿐 아니라 근본을 탐구하는 장을 제공해야

[ 연중기획 ] 인공지능의 시대를 읽다-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학교와 가정교육의 역할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06월 01일(금) 09:00
과학 기술의 혁신과 발전이 산업에 접목되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야기할 4차 산업혁명은 향후 가정 교육과 학교 교육 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표준화된 교육은 큰 강의실에서 칠판을 통해 일방적으로 지식이 전달되는 형식이다. 1, 2차 산업혁명을 통해 산업과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되고 훈련된 인력이 필요해지면서 대량의 정보를 많은 인원에게 전달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한 학교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었던 대량교육(Mass Education) 방식을 도입했고, 그 제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의 교육 방법은 단순 반복 작업으로 분할 및 분업화, 표준화가 가능했던 산업 시대에나 걸맞는 방법이라는 비판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신개념의 산업이나 비즈니스가 생기게 되는데 학교는 여러 기능 중 미래의 노동력을 양산해주는 역할을 감당하는 일꾼을 양육하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미래에 없어질 직업으로 은행원, 운전수, 텔레마케터, 점원, 제조업 종사자, 도서관 사서 등의 단순직도 있지만 약사나 번역가 등 전문직 중에도 사라질 직업이 많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복잡한 업무도 자동화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래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미래의 인재들에게는 더욱 창의성이 강조되고, 단순한 지식의 암기가 아닌 지식을 종합하고 이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인재가 요구된다.

김웅기 박사(한국성서대학교)는 "인공지능 로봇은 지금까지 모여진 모든 자료들을 종합하고 분석해 최적의 대안을 제시할 뿐 지금까지 없었던 어떤 길을 제시하고 스스로 걷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 혹은 있어왔던 것들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제안하고 실행할 줄 아는 인재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의 환경도 지금까지와는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기술의 발달로 학생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 기술인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통해 가상의 현장 학습을 실감나게 경험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육의 내용과 커리큘럼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것이다. 세계 여러 국가 중 일방적으로 지식이 전달되는 형식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탈피해 혁신적인 교육을 시도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핀란드로,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의 변화의 선구자적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핀란드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현상기반학습'을 도입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전국 초중학교에 일부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과목을 나눠 수업이 진행되던 모습에서 이제는 하나의 현상이 주제가 되어 그 주제를 깊이 탐구하기 위해 관련 과목들이 융합되어 수업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학교 급식'을 주제로 한 수업에서는 '음식의 신선함은 어떻게 유지될까?', '식재료의 가격, 급식 가격은 어떻게 형성될까?', '특정 종교를 가진 학생에 대한 학교급식 식단은?', '균형 잡힌 한 끼 구성은?', '핀란드의 무상교육 및 무상급식 제도의 역사와 특징은?' 등의 질문을 통해 화학, 수학, 종교, 가정, 사회 과목을 자연스럽게 연계해 수업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핀란드가 시도하는 이러한 현상기반학습은 다가올 미래를 대비해 단순 지식함양을 벗어나 다면적인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미래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교육이라고 평가한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ㆍ뇌공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낮은 수준의 언어능력이나 수학능력은 얼마든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며, "우리가 좀 더 창의적인 생각으로, 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도록 인간의 지성을 개발하는데 주력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리더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교육의 현장에서는 도구적 근거와 기술적 숙련에 초점을 둔 경제적 관점의 교육 접근을 넘어 초기 삶에 관해 큰 질문을 묻고 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학교의 기능이 더욱 중요하게 요구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웅기 박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감 능력을 갖추고 건전한 가치관 하에 바른 선택을 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들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지식 정보를 소유할 수 있고, 무인 조종 같은 기술로 더 큰 능력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데 그것을 사용할 때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거나 바른 가치 기준에 의해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재앙을 초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교통수단의 획기적인 발달과 통역 기능 및 원격 통신의 발달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국경을 뛰어넘어 전세계적으로 전문가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늘기 때문에 팀을 이뤄 일할 줄 아는 화합의 인성,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있는 인재가 환영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사들도 단순히 지식의 전달자가 되어서는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한 지식 전달자의 역할은 온라인 강의, 인터넷 포탈 지식 검색 등으로 인해 지금도 위협을 받고 있다.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충실하게 가르칠 수 있고, 이 지식이 어떻게 삶과 연결되는지를 알려주는 교사로서의 자질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현재는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배움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지식 정보들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에 시대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평생에 걸친 계속 교육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 또한 길어지고, 복합 지성을 갖춘 기계로 인해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만큼 노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요구는 지금보다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가정에서의 교육도 그 중요도가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을 갖춘 시스템을 관리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지금보다 세상을 변화시킬 더 많은 물리적 영향력을 갖게 될텐데 이들을 위해 가정에서 건강한 가치관을 길러 도덕적인 인간을 키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더욱 심해질 경우 많은 이들이 타의에 의해 여가 시간이 늘어나거나, 직업을 가진 이들도 노동 시간이나 노동 참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많은 여가 시간에 건강한 놀이 문화를 통한 건전한 인격 양성의 중요성도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일대 신학대 교수 미로슬라브 볼프는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대학과 예배공동체, 가정은 한 인간이 인간 존재의 가장 중요한 질문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번영의 삶에 관한 지속적인 진리 탐구 차원의, 그리고 문화 차원의 대화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표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