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캡은 불가능이 아닌 '다름', 위축된 청년들에게 희망을"

"핸디캡은 불가능이 아닌 '다름', 위축된 청년들에게 희망을"

[ 아름다운세상 ] NGO 활동가 정종민 씨, 에세이 '세상의 모든 나에게' 출간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18년 05월 30일(수) 09:00
"장애나 핸디캡을 불가능이 아닌 단순한 '다름'이나 '불편함'으로 보았으면 합니다. 안경 쓴 사람에게 시각장애인이라고 하지 않고 시력이 조금 나쁘다고 말하는 것처럼요. 거울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장애를 가진 불편한 모습이 보이지만, 그 불편한 몸 안에는 이 세상을 의미있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핸디캡의 거울이 아닌 자신의 거울을 봅시다."

지체장애의 불편함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핸디캡을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는 정종민(45) 씨는 중증지체장애인 NGO 활동가다. 그는 굿네이버스에서 8년 일했고 현재는 밀알복지재단에서 8년째 근무 중이며, 수원성교회(안광수 목사 시무)에 출석하고 있다.

정종민 씨는 생애 9개월에 뇌진탕으로 뇌막염에 걸렸다. 당시 병원에서 살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고 집에 돌아왔다. 누워만 지내던 그는 3살에 간신히 혼자 앉기 시작했고, 초등학생 2학년 때까지 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다. 그 이후로는 등하교의 도움만 받고 휠체어를 타며 생활했다.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원했던 그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했고, 결국 사회복지학 학사 석사 과정을 거쳐 현재는 밀알복지재단의 회원관리부 부장, 경기지부 지부장으로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삶의 경험 속에서 정종민 씨는 자신의 핸디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만의 시각을 갖게 됐다. 그는 "과거엔 핸디캡이 없는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고 비장애인의 삶의 기준으로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다고 느꼈다"며, "'핸디캡이 없는 평범한 삶'이었던 삶의 목표가 '핸디캡이 있는 특별한 삶'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려움이나 본인이 부정하고 싶은 상황에 대해 없애달라는 기도 대신, 이 어려움과 핸디캡을 갖고 어떻게 살아갈지, 또한 어려움을 어떠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도가 필요하다"고 권했다.

청년 시절 정종민 씨는 왜 이러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기도했다. 또 반드시 자신의 모습에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것을 찾기 위해 골방에서 혼자 성경을 통독했다. 그는 "요한복음 9장의 맹인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핸디캡의 여부나 조건이 중요하지 않고 오직 이 사람을 통해 하나님이 나타내시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핸디캡을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핸디캡을 가진 성도들을 본다면 단지 불쌍하고 긍휼한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 성도를 통해 하나님이 어떠한 일을 행하실지 기대감과 믿음의 눈으로 봐주시고 동등한 인격체로서 그들을 격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핸디캡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바라는 정종민 씨는 핸디캡과 관련한 그의 시각이 담긴 자전적 에세이 '세상의 모든 나에게'(토트출판사)를 출간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책을 쓰는 것을 꿈꿔오며 일기를 써온 그는 직접 쓴 시와 촬영한 사진들을 책에 담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정종민 씨처럼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이 시대에 위축된 모든 청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희망을 전해주기 위해 쓰였다.

책의 대상이 청년인 이유로 "핸디캡을 안고 청년의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이 시대 청년들이 가진 고민에 관심이 많고 그들에게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한 그는 "이 시대 청년들은 사회적 환경과 교육이 서열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며, "사회의 척도로 자신을 가두지 말고, 본인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찾으며 자신만의 길을 가야한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 내 몸에 익숙한 방법들을 찾아 색깔을 더욱 진하게 만들어 가다보면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년들에게 "20대에 방황하고 인생을 소비해도, 100세 시대에 나머지 70~80년을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것은 방황이 아니다"며, "조급하게 답을 빨리 찾지 않아도 되고, 너무 급하게 하나님의 답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꾸준히 믿음을 가지고 걸어가다보면 하나님의 답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또한 그는 핸디캡을 가진 삶에 관해 "감출 수 있는 핸디캡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내적인 상처나 트라우마를 얘기하지 못하고 평생 끙끙 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자신의 핸디캡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핸디캡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면 더 이상 그것은 핸디캡이 아니다. 이처럼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가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더욱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