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학 안에서의 '장신신학'-교단과 함께 성장해 세계로 발돋움

한국신학 안에서의 '장신신학'-교단과 함께 성장해 세계로 발돋움

[ 6월특집 ] '장신신학'의 현주소를 말하다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8년 05월 29일(화) 08:02
특집 주제 - '장신신학'의 현주소를 말하다



장로회신학대학교가 지난 5월 15~16일 '세계 속의 한국신학'을 주제로 장신 신학이 나아갈 길을 찾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본보는 장신신학이 교단 신학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장신신학의 현주소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6월 특집을 마련했다. 첫 번째로 신재식 교수(호남신학대학교)의 '한국신학 안에서의 장신신학' 제하의 발표 논문을 요약 게재한다.



한국신학 지형도

장신신학은 한국신학의 지형에 대한 논의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기존의 한국신학의 흐름을 설명할 때 장신신학의 정체성이나 특징은 어떻게 규정되는가?

자유주의 신학 전통에서 토착화 신학을 지향하는 감리교 배경의 유동식은 한국신학은 한, 삶, 멋이라는 세 요소에 대응하면서 각각 박형룡의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 김재준의 진보적 사회참여 신학, 정경옥의 문화적 자유주의 신학이라는 신학의 세 광맥으로 발현한 것으로 본다.그의 관점을 추론해 볼 때, 장신신학의 위상은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의 중턱 어딘가에 위치하는 것일 수 있다.

진보주의 신학전통을 계승하는 민중신학의 입장에서 주재용은 한국신학의 세 가지 원형으로 김재준의 주체적 역사 참여의 신학, 박형룡의 극단적 보수정통의주의 신학(근본주의 신학), 정경옥의 자유주의 신학을 제시한다. 주재용의 관점에서 장신신학자의 입장은 토착화신학이나 민중신학과는 논쟁의 대척점에 서 있는 '열린 보수주의'와 '문자 중심의 보수주의'의 사이에 있는 것으로 규정된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배경의 김의환은 장신대가 1970년대까지는 상당히 복음적이지만 이종성 이후 신정통주의가 지배하다가, 이종성과 문희석이 물러난 이후 '다소 복음적 장로회신학교'로 회복된 느낌이라고 언급한다.

이상의 논의를 볼 때, 한국신학의 흐름에서 장신신학은 1980년대에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데, 근본주의나 보수주의 신학과 자유주의 신학의 사이에서 적절히 검토되거나 평가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2000년 이후는 장신신학은 신정통주의 입장으로 교회의 신학 역할을 충실히 하지만 별다른 특징을 갖지 못한 신학으로 설명된다. 2010년 이후 장신신학은 한국신학과 한국교회의 위상이 주목받고 자유주의 신학으로 불리는 요건을 갖춘 것으로 언급된다.

장신신학 내부에서 한국신학의 흐름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논의를 전개한 김명용은 1988년에 한국신학을 한국 토착화 신학·문화신학, 한국 민중신학, 한국 보수적 정통주의 신학, 한국 진보적 정통주의신학, 한국 복음주의신학, 한국 오순절 성령운동의 신학으로 흐름 정리를 한다. 김명용은 한국 정통주의신학을 한국 보수주의적 정통주의 신학, 한국 에큐메니칼적 정통주의 또는 복음적 에큐메니칼 신학, 복음주의신학 등 크게 세 흐름으로 나눈다. 김명용은 장신신학을 '한국 에큐메니칼적 정통주의' 혹은 '복음적 에큐메니칼 신학'으로 규정한다. 이것은 정통주의 노선을 따르면서도 에큐메니칼적이고 역사 책임적이고 사회 참여적이다.



장신신학의 전개

그렇다면 장신신학 내부에서 스스로 규정하는 장신신학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장신신학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주로 장신 조직신학 교수들이 기초를 놓고 세우고 확장하고 재생산되었다. 조직신학 분야의 학술 작업과 더불어 일련의 장신대 신학성명과 신학교육성명은 장신 전체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으로 분열 이후, 장신신학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이종성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는 장신신학의 시대를 열었으며 장신신학의 명칭이 된 '통전적 신학'의 상징 인물이다. 이종성은 자신의 신학을 '성서적 복음주의 신학'으로 부른다. 그는 성서 축자무오성을 비판하지만 성서의 신언성을 확신하며 칼뱅 이후 서구 개혁신학 전통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며 에큐메니칼 신학에 열린 태도를 보인 복음주의 개혁신학자로 불린다.

장신신학이 '통전적 신학'이라는 일반 명칭을 얻은 것은 1985년 장신대 신학성명 이후이다. 그 이전에는 김이태의 '중심에 선 신학'이라는 용어가 장신신학의 위상과 특징을 나타내기 위해 언급되었다. 김이태는 장신이 극단적 보수신학과 진보신학의 중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중심에 선 신학을 제시했다. 중심에 선 신학은 포괄적이며 긴장 속에 있으며 선풍적이 아닌 점진적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갖는 신학이다.

김명용은 이종성의 신학을 '통전적 신학'으로 규정하고 이를 장신신학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그는 이종성을 한국의 통전적 신학의 아버지인 동시에 통전적 신학의 대표적 신학자라고 주장한다. 윤철호도 장신신학으로서 통전적 신학이 오늘날 글로벌시대에 탈교파적, 탈당파적, 탈종파적, 탈지역적 에큐메니칼적인 통전적 신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김명용은 1988년부터 장신신학의 정체성을 '복음주의적 에큐메니칼 신학'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그는 예장 통합은 과거 보수적 근본주의 신학전통에 있었지만 1980년부터 독자적인 신학적 정체성을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이것이 복음적이고 에큐메니칼 신학이라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김명용은 과거 한국신학에서 장신신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온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장신신학의 위상과 내용을 다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김명용이 온신학을 제창한 이후 장신신학의 정체성에 대한 최근 논의는 온신학의 우산 아래 진행된다.

장신신학의 정체성은 크게 세 번의 변곡점을 거치면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1980년대 예장통합과 신학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시도들이다. 이종성과 김이태의 논의가 주를 이루던 이 시기는 장신신학의 뿌리 내리기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2002년 전후이다. 이 시기에 장로회신학대학의 신학교육성명서가 작성되고 80세 된 이종성의 신학을 재조명하면서 장신신학의 위상을 논의한 시도다.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이 뿌리 역할을 하면서 통전적 신학에 대한 해석과 확장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는 김명용이 제시한 '온신학'의 확산 작업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특별히 2010년 이래, 장신대는 지역교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후원 아래 장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작업이 증가했다.



한국신학 지형에서 장신신학

그렇다면 교단신학으로서 장신신학은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해 왔는가? 오늘의 장신신학은 예장의 분열과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성장한 예장(통합)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는 우발적 결과물이다. 예장 분열 이전부터 자유주의 신학에 비판적으로 거리를 두던 장신신학은 이제는 합동의 근본주의 신학과 차별화를 통해 신학적 정체성을 조율했다. 장신과 예장통합은 그 성장의 역사를 일정 부분 공유한다. 더 나아가 장신은 예장통합의 성장 주역이지만 동시에 그 성장 과정에서 직접 혜택을 받은 수혜자이기도 하다.

교단신학으로서 장신신학의 역할을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소극적인 의미에서 교단이 지향하는 목회적 교회적 범위 안에서 신학을 생산하고 가르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적극적인 의미에서 교단과 교회의 신학적 목회적 방향과 구조의 건전성을 지키는 일이다.그렇다면 오늘날 교단신학으로서 장신신학에 우선 요청되는 역할은 어느 것인가? 교단신학으로서 장신신학은 개혁신학의 전통에 대한 학술작업의 경계를 넘어서 교회와 목회현장에 개혁교회 정신과 전통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도록 이끄는 책무를 지닌다.

광나루시대 이래 장신신학은 조직신학 분야를 보면, 이종성의 1세대와 김명용을 중심으로 한 2세대를 거쳐, 현재 3세대 장신신학으로 이어진다. 장신신학은 중심에 서는 신학과 통전적 신학을 거쳐 온신학으로 이르기까지 장신신학의 일관성을 주장한다. 광나루시대 이후 신학방법이나 태도에서 일관된 포용성과 개방성, 다양성, 대화성, 역사성은 장신신학의 가장 큰 미덕이다. 하지만 장신신학은 살아 있는 실체로서 동일한 신학으로 고착된 적이 없다. 신학적 무게중심이 성경적 보수주의에서 신정통주의로 이제는 보다 에큐메니컬 신학으로 천천히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조직신학 분야를 중심으로 온신학이라는 이름의 장신신학 정체성 세우기가 진행된다. 이런 작업은 3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온신학이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되는 맥락에서 장신신학의 세계화나 세계 신학계로 확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온신학이라는 장신신학이 민중신학이나 토착화신학 이상으로 세계 신학계에서 논의가 확장되고 한국신학의 이름이 되길 기대한다.



변두리에서 하는 신학으로

장신신학의 정체성은 장신공동체의 사회적 교회적 문화적 정치적 생태적 관련성의 총합이다. 그 총합으로서 장신신학은 구성원들의 선언으로 규정되기 보다는 장신신학을 접하는 외적 주체들과 순간적인 만남에서 이뤄진 사건의 연속이다. 장신신학이 21세기 한반도에서 직면하는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언하기를 기대한다. 중심을 지향하고 중심에 서려고 하는 온전한 신학을 지향하되, 그 신하학하는 자리는 중심이 아니라, 둘 모두를 접하고 포용하는 주변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