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솔로몬, 그리고 시인 천상병

꽃과 솔로몬, 그리고 시인 천상병

[ 4인4색칼럼 ]

이춘원 장로
2018년 05월 14일(월) 14:13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세월의 무상함을,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꽃이 피는 것은 지기위하여 핀다. 꽃의 사명은 오래오래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다. 꽃가루받이를 하고 시들어 떨어져야 열매나 씨앗을 맺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꽃이 지는 것이 세월을 허송하고 떠나가는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꽃은 열흘이면 충분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꽃이 지는 것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사명을 다 마치고 떠나가는 것이다. 사람이 칠십 년 팔십 년 동안 이루어야할 일들을 꽃은 짧은 시간 안에 다 마치는 것이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지혜의 왕이요, 전무후무한 부귀영화를 누렸던 솔로몬 왕의 고백이다. 세상 권세와 명예를 누리며 살았던 솔로몬 왕의 내린 인생의 결론이 '허무'다. 그러나, 솔로몬이 이야기하는 '허무'는 세상부귀영화는 결국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영원한 것, 허무를 넘어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 그것을 찾는 길만이 인생의 허무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천상병 시인은 1967년 7월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심한 고문을 받고, 그 고문의 후유증을 앓다간 불우한 시인이다. 1993년 4월 28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거나 희망적인 적이 없었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歸天)'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의 아픈 삶을 '아름다운 소풍'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팍팍하고 서러운 삶을 살았지만 세상을 향한 원망과 불평이 아니라 아름다운 곳에 소풍 온 것처럼 살았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처럼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천상의 시인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시인은 자신의 몸과 정신을 피폐하게 했던 이 세상을 '아름다운 세상'이라 노래하였고, 병들고 구걸하며 살던 구차한 삶을 '소풍'에 비유했다. 꽃의 짧은 생은 후손을 통하여 계속하여 꽃 피게 하기 위한 소망의 떠남이요, 솔로몬의 허무는 세상 것만으로는 이 허무감을 채울 수 없음을 말한다. 이것을 천상병 시인은 '아름다운 세상'으로 설파했고, 이 땅에 사는 것은 행복한 소풍이었다고 노래한 것이다.

사명이 없는 삶은 허무한 인생이다. 꽃은 아름다움이 사명이 아니라 씨를 맺게 하는 것이다. 평생을 살아도 자신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무엇을 이루고 살았는지도 모르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위엣 것을 찾으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천상병 시인은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리는 사명을 자신의 아픈 삶을 통하여 감당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은 참 아름답고, 우리들의 행복한 삶의 터전이다.



이춘원 장로

시인ㆍ산림교육전문가

{이춘원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