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의 천국, 내 안의 천국

허상의 천국, 내 안의 천국

[ 목양칼럼 ]

 김강식 목사 ches@pckworld.com
2018년 05월 03일(목) 13:25
모 신학교 채플 설교 갔다가 친구 교수들을 만났다. 현실 목회를 하고 있으니까, 저에게 한국 교회가 어떠냐?고 물었다. 그래서 "하나님이 한국 교회를 정화시키고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다른 목사님은 한국 교회가 어렵다고 하는데, 김 목사님은 한국 교회가 깨끗해지고 있다고 하니까, 좀 색다르네요?"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제게 물었다. "어려운 시기에 목회하시는데, 어떤 마음으로 목회하십니까?" 이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다. "그 자리에 서 있을 겁니다. 그리스도 예수를 가슴에 품고 그 자리에 서 있을 겁니다. 이런 소리, 저런 소리에 따라다니지 않고, 묵묵히 내 안에 계시는 주님을 모시고 오늘 여기에 있을 겁니다." 왜 그렇게 말했느냐? 하면, 그리스도와 함께 오늘 여기에 있음이 천국인의 길임을 성경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목회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성도들의 신앙과 삶이 다른 사람들의 '천국 여행담'에만 귀가 솔깃해져서 '여기 있다'하면 이리로 쏠리고, '저기 있다'하면, 저리로 몰려간다는 것이다.

26년 전을 기억하시는 분이 많으실 것이다. 1992년 10월 28일 '합정동에서 다미선교회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예수 재림 파동 사건'은 떠들썩했지만, 불발로 그쳤다. 이 해프닝은 우리의 기독 신앙이 성서적 측면에서 얼마나 어긋나 있었는지, 그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천국이 여기 있다, 저기 있다는 소리'를 듣고 우루루 몰려가는 것이 천국을 만난 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사회 표층에 공개한 사건이기도 했다. 왜 그렇게 몰려갔을 것 같은가? 지금 내 안에 천국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허상의 천국'을 쫓아갔기 때문이다.

눅 17:20-21절을 보면, '허상의 천국'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지금 현재 내 안에 있는 실상의 천국'을 말씀하시는 그리스도의 담론을 보게 된다. 바리새인들은 "로마를 무너뜨리고, 유대 땅에 물리적으로 임하는 하나님 나라가 언제, 어느 곳으로 오는 겁니까?"라고 물었고, 예수님은 그들이 던지는 하나님 나라를 비틀어 놓는 대답을 하셨는데, 그 대답은 '너희 안에 있느니라'였다. '너희 안에 있다'를 영어 성경이 'Among You, Within You, Between You In the Midst of You' 등으로 번역했기 때문에, 많은 해석가들이 '천국이 공동체 속에 있다, 마음속에 있다, 바리새인들 안에 있다'고 해석했지만, '네슬 알란드판' 헬라어 성서는 '바실레이아 투 쎄우 엔토스 휘몬 에스틴'이라고 썼고, '엔토스'는 '작은 범위 안에, 내부에'라는 뜻인데, 지금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둘러싸고 있는 그 내부에 천국이 있다는 뜻이고, 그 천국은 예수를 가리킨다. 그래서 이렇게 번역해야 할 것이다. "귀신이 나가고, 병자가 치료되고, 죄에서 자유를 얻게 하는 천국 복음을 이 땅에 주려고 십자가의 희생제물로 온 나 예수를 구주로 믿고 영접할 때에 너희 안에는 이미 천국이 있는 것이다."

목회를 하면서 강단에서 성도들에게 하염없이 외치는 메시지가 있는데, 천국은 내 안에 있는 것이지 '관광 여행'처럼 잠시 갔다 오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약학자 다드(C. H. Dodd)가 말했던 것처럼, '실현된 종말'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를 전파하고, 그 예수를 믿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한국에 있든지, 이태리에 있든지, 파리에 있든지, 어느 곳에 있든지 이미 천국을 살아가는 자유를 획득한 기독인을 세워가는 데에 목회의 소망을 가진다.

그래서 목회자로서 결심하고 또 결심한다. 크고 위대한 일을 꿈꾸지 아니하고, 오직 젖먹이 아이가 엄마의 눈을 맞추듯이, 내 눈에 얼마만큼 멋져 보이는 교회를 꾸밀 것인가의 허상의 천국을 꿈꾸려하지 않고, 지금도 말씀과 성령으로 내 안에 계시는 예수로 말미암아 천국을 흩뿌리는 목회자로 길을 걸어야 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붙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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