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땅, 낯선 곳에서의 정착이야기

새로운 땅, 낯선 곳에서의 정착이야기

[ 땅끝에서온편지 ] 김현두 선교사<2>

최은숙 기자
2018년 05월 02일(수) 18:03
1996년 11월 21일, 한 겨울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도착을 했다. 선교사로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 때문인지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공항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여름에 답사 차 방문을 하였을 때 개척을 하였던 '벧엘'교회에서 11월 24일 첫 예배를 드렸다. 알마티 장로교 신학교에서 통역관으로 일을 하고 있는 고려인 배두순이라는 분이 교회에서 통역을 도와 주셨다. 첫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고려인들이었다. 예배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고려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설교 말씀을 듣는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관심은 '대한민국'에 있었다. 어느 주일에 예배 중에 설교를 하고 있는데 한 고려인 성도가 "목사 선생 이제 설교 그만하고 한국에 대하여 이야기 좀 해주소!"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주일에 예배 시간보다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길었다. 카자흐스탄. 새로운 땅, 낯선 곳에서 고려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시작이 되었다.

겨울을 지내고 봄이 되면서 교인들과 수요 성경공부를 시작을 했다. 몇몇 교인들이 참석하여 성경을 읽고 말씀을 나누는 동안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을 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한 사람들에게 1997년 3월 2일에 첫 세례식을 가지게 되었다. 세례를 받은 성도들과 기도하기를 원하는 성도들 중심으로 화요 기도회를 시작했다. 공산주의의 붕괴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삶의 가치관을 잃고, 영적인 갈등을 가지고 있는 카자흐스탄 사람들과 고려인들에게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구주'라는 것과 주안에서 누리는 평강을 어떻게 전할까라는 고민으로 매 주 월요일마다 금식기도를 하기 위해서 '사나토리'에 갔다.

어느 날 기도 중에 마음에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 "너의 신앙의 틀을 무너뜨려라. 너의 하나님은 네가 생각하는 하나님보다 크고 넓고 무한하다." 나는 내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화요일 성경 말씀에 기초한 기도 중에 성령을 체험한 성도들은 전도의 열정에 불타올랐다. 성령을 체험한 성도들은 사영리 전도지를 가지고 만나는 사람마다 예수가 그리스도 되심을 전하고 가정을 방문하면서 복음을 전하였다. 벧엘교회 성도들은 이제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보다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하였다. 성도들이 "예수님을 만나서 너무 좋아요"라는 간증을 듣는 것은 선교사로써 행복한 일이다.

새로운 땅, 낯선 곳에서의 정착을 하는 데에는 많은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아야만 했다. 공산주의 붕괴 초기에는 사회가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의 신변에 대한 문제가 많았다. 전기 공급 상태가 좋지 않아서 초저녁에 켜졌던 가로등은 밤 10시가 되면 소등이 되는 어이없는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그 당시 대사관에서는 밤에 외출을 자제하라는 공지와 함께 혹시 외출 시 늦은 시간에 귀가 할 경우 안전요령을 공지하였다. 가끔 한국인들이 강도를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많은 사건들은 아파트에서 밖으로 나갈 때나 외출 후에 집으로 귀가하여 안으로 들어갈 때 사고를 당하였다. 강도들은 외국인들이 사는 아파트를 선정하여 외국인들의 동태를 살피고 아침에 출근할 때에 현관 문 옆에 숨어 있다가 침범을 했다. 때로는 늦은 저녁 시간에 경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강도로 돌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아파트의 9층에 살던 우리 가정도 외출 후 귀가를 할 때에는 엘리베이터를 8층에 내려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9층을 살피고서야 가족들을 올라오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난히 겁이 많은 아내는 외국인들이 강도 맞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 불안해했다. 그래서 밤에 잠을 잘 때에는 혹시 강도가 창문으로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인기척이 나라고 현관 입구와 부엌 창문에 아이들의 장난감 레고를 쏟아 놓고 대야에 물을 담아 놓고서야 잠을 청하였다. 겨울이며 알코올 중독자나 노숙자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 아파트 맨 위층 복도에서 잠을 자곤 했다. 우리는 9층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겨울이면 노숙자들과 전쟁이 아닌 전쟁을 하면서 카자흐스탄, 새로운 땅 낯선 곳에서 적응을 해왔다.



김현두 목사/카자흐스탄·ABEN-EZER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