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어가는 목양

대를 이어가는 목양

[ 목양칼럼 ]

최은숙 기자
2018년 05월 02일(수) 18:02
필자의 아버지는 한때 물장수로 유명한 함경도 북청에서 출생하셨다. 어린 시절 아주 부유한 삶을 사셨기에 일제치하 모진 세월을 지내시면서도 일본 와세다 농업대학에 들어가셨고 일본에서 돌아온 후, 6ㆍ25전쟁을 맞게 되시면서 남한으로 내려오시게 된다. 6ㆍ25전쟁 당시 공군 1기로 전쟁에 참전하셨던 아버지는 전쟁 이후에 참으로 험악한 세월을 보내셨다고 한다. 의지할 곳 없는 남한 땅, 젊은 시절 한동안을 세상에서 방황을 하시다가 늦은 나이에 순복음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약 20여년간 목회를 하시고 10여년 전 86세를 일기로 하나님 나라의 부름을 받으셨다.

아버지에 비해 필자는 아주 어린 나이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게 된다. 어린 시절 순복음 교단에서 자라난 필자는 부흥회라는 부흥회는 다 쫓아다니고 기도원이라는 기도원을 다 쫓아다니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소명을 받게 된다. 그러다보니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생활기록부의 장래 희망 첫번째도, 두번째도 모두 목사이다. 고3때 담임 선생님이 진학 상담을 하시면서 "교사 생활 20년 동안에 너같이 꿈이 분명한 학생은 처음이다"라고 하실 정도로 비전이 분명했던 것이다. 아무런 고민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곧장 신학교에 입학해서 과정을 마치고 1988년 봄, 서울동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게 됐다. 그리고 그 다음 해인 1989년 1월 고읍교회에 부임한 이후 30년간 한결같은 목양을 해 오고 있다.

만 30년이 지난 올 4월, 영광스럽게도 서울노회에서 필자의 큰아들이 목사 안수를 받게 되었다. 드디어 목사 3대 집안이 된 것이다. 필자는 아들만 둘이 있다. 아들들이 태어날 때 아내와 나는 각각의 아들들에게 소원을 담아 이름을 짓게 된다. 큰아들은 목사의 대를 이어 사도 요한 같은 주의 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요한'이라고 이름을 지었고, 둘째 아들은 혹시 형이 목회하는 일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요셉과 같이 돈을 많이 벌어 형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요셉'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의 기도에 신기한 응답을 해 주신 것 같다. 한 번도 목사가 되라 강요한 바가 없었는데 큰 아들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거쳐 신대원을 졸업한 후 목사 안수를 받게 되었고, 둘째 아들은 현재는 상당히 고전하고 있지만 필자가 목회하는 양평군 옥천면에 만나라는 이름의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는 사장이 되었다. 앞으로 두 아들을 어떻게 쓰실지 알 수 없으나 정말 신기한 하나님의 응답을 받은 것 같아 아내와 함께 날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목사에게 있어 교인들의 목양도 너무 중요하지만 가정 목양이 또한 얼마나 중요한가? 서울에서 큰 목회를 하고 있는 동료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녀들이 제각각이라 마음대로 안 된다고 한다. 교인들 목회에 매여 집중하다보니 가정까지 돌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필자는 이렇게 농촌에서 목회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게 되는지 모른다. 교회 좋고, 교인 좋고. 옥천(玉泉) 문자 그대로 물 좋고 공기 좋은 곳, 지나치게 사무에 매이지 않아도 편안하게 목회할 수 있는 농촌에서의 목회가 나에게는 한없이 감사가 되고 기쁨이 된다.

앞으로 또 다시 30년, 한 시대가 지나 목사 4대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런 영적 축복을 주실 것을 기대하고 소망하며, 모든 것을 은혜로 그리고 응답으로 함께해 주신 주님, 앞으로의 목양의 길에도 그것이 교회이든 혹은 가정이든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가 함께해 주실 것을 기도해 본다.



우태욱 목사/고읍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