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시골교회 돕는, '헤브론 정신' 실천하는 교회

열악한 시골교회 돕는, '헤브론 정신' 실천하는 교회

[ 우리교회 ] 서울노회 충무교회

표현모 기자
2018년 05월 02일(수) 16:51
28회 헤브론목회연구회에서 찬양하는 교인들의 모습.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서울노회 충무교회(이기엽 목사 시무)는 서울의 가장 번화한 명동에 위치해 있다.

서울 최고의 번화가에 위치한 교회 답게 교인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사회적 엘리트 그룹에 속하는 이들도 많다. 상대적으로 인적ㆍ재정적 여유가 있는 도시교회인만큼 시골교회의 어려운 목회자들을 섬겨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을 느껴 교인들은 이들을 위한 사역을 28년간이나 지속하고 있다.

충무교회 사역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은 헤브론목회연구회를 통해 국내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을 섬기는 사역과 헤브론병원을 통한 캄보디아 의료선교사역이다.

헤브론목회연구회는 증경총회장이자 1966~1987년까지 충무교회를 담임한 박종렬 목사에 의해 시작됐다. 은퇴 후 한국교회를 섬기는 일을 하기 위해 고심하던 박 목사는 도시교회로서 시골교회를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자립대상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하고 있는 전도사들에게 눈길을 보냈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목회를 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박 목사는 을지로교회에 협력 사역을 제안, 두 교회는 지금까지 29년째 헤브론목회연구회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헤브론목회연구회는 매해 5월 3박4일간 진행되는 세미나로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에게 성경공부와 설교, 목회에 도움되는 강의 및 숙식 등 일체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들이 귀가 할 때는 여비도 제공하고 있다. 헤브론목회연구회를 돕기 위해 충무, 을지로 두 교회는 헤브론목회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충무교회 전경
캄보디아의 헤브론병원은 충무교회가 지난 2006년 1월 소아과의사이자 시무장로인 김우정 선교사를 캄보디아에 파송하면서 시작됐다. 김우정 선교사는 처음에는 클리닉을 열었는데 의료선교를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종합병원 설립을 계획하게 됐다. 충무교회는 병원 부지 매입을 주도적으로 도왔다. 여기에 각계 각처에서 의료장비 설치를 위한 후원이 당도했다. 서울노회를 비롯해 전국의 교회들, 호주, 캐나다, 미국의 교회들까지 참여해 2008년 11월 기공예배를 드리고 2009년 12월 입주감사예배, 2010년 9월 준공감사예배를 드리게 됐다.

당시 병원 부지를 고르기 위해 여러 차례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이기엽 목사는 "땅을 계약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우여곡절 끝에 병원부지를 정하면서 하나님께서 갈렙의 개척자 정신, 다시 말해 헤브론 정신으로 병원을 운영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헤브론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충무교회는 경상예산의 1년치를 건축헌금으로 드릴만큼 최선을 다해 건립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헤브론병원에 점차 영향력을 일부러 놓고 있다. 처음에는 충무교회가 단독으로 주도했지만 여러 교회와 교인들의 협력을 통해서 병원이 설립되고 운영될 수 있었고, 운영 또한 결국은 캄보디아인들에게 넘겨야 한다는 큰 그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헤브론병원은 충무교회의 병원이 아닌 헤브론 정신에 동의하는 이들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정 선교사의 선교 이야기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KBS에 '업군 헤브론'이라는 제목으로 저녁 9시20분에 방영이 되었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오후 2시에 재방송 되기도 했다. 김우정 선교사의 헌신에 초점이 맞쳐진 다큐멘터리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국내 자립대상교회와 캄보디아의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데에는 충무교회의 '헤브론 정신'이 그 바탕에 있다. 헤브론 정신은 고 박종렬 목사가 주창한 것으로 아브라함과 갈렙, 다윗 등 구약의 중요한 인물의 영적, 신앙적 활동 무대가 헤브론이었다는 것에 착안한 정신이다.

조카 롯은 물이 넉넉한 소돔과 고모라로 향했지만 신앙을 지키기 위해 헤브론으로 향했던 아브라함의 신앙사수 정신, 자신의 공로를 주장하지 않고, 오히려 정복되지 않은 땅을 바라보며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말했던 갈렙의 개척자 정신, 헤브론에서 이스라엘의 번영을 철저히 준비하며 예루살렘 시대를 계획했던 다윗의 무실역행(務實力行) 정신이 헤브론 정신의 삼각 기둥이라고 이기엽 목사는 설명했다.
충무교회 전경
현재 충무교회의 세례교인은 550명 정도이며, 매주 출석하는 교인들은 약 400명 정도다. 헤브론목회연구원이나 헤브론병원의 사역에 동참하는 교회나 수혜를 입는 이들이 깜짝 놀라는 부분이다. 외형상 별로 크지 않은 교회가 정말 큰 일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충무교회가 그 크기보다는 내실있는 '단단한' 교회라는 반증이다.

2016년 4월 건축비만 50억여에 달하는 새로운 예배당을 건축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빚이 3억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교인들은 교회의 일이라면 목사의 예상보다 더 열심히 참여해준다는 것이 이 목사의 고백이다.

충무교회에는 엘리트 자원들이 많다. 주일날 문화교실을 열어도 연대 의대 교수 은퇴한 성도가 건강강좌를 하고, 현직 음악교사가 우쿨레레, 기타를 가르치며, 국제변호사나 외국어방송기자 출신이 영어 및 스페인어를 가르칠 정도다.

매년 연말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쌀을 나누고, 매달 '라면데이'를 선정해 교인들에게 라면을 가지고 오게 한다. 그 라면들은 모두 동사무소를 통해 차상위 계층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이 목사는 "교인들의 성향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 반면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며 "그리스도 안에서 분열하지 않고 연합하며, 개척정신으로 나아가는 헤브론 정신의 계승자가 바로 충무교회 교인들"이라고 자랑했다.





인/터/뷰/ - 충무교회 이기엽 목사

# "성령의 역동성 경험하는 교회 되길 원해"

"명동은 우리나라 최고의 번화가잖아요. 우리 교회가 명동 한복판에 있다는 것 자체가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시교회로서 헤브론목회연구회를 29년째 지속하고, 낙후된 캄보디아에 헤브론병원을 세운 것 같아요. 도시교회로서 할 수 있는 사역을 계속 고민해나갈 예정입니다."

담임 이기엽 목사는 40대의 젊은 목회자이지만 충무교회에서 담임으로 섬긴 지 13년이 되었을 정도로 어린 나이로 이곳에 부임했다. 그는 초창기 교인들의 화목과 평화로운 분위기가 정착 될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교회가 안정된 이후에도 젊은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기보다는 교회가 해오고 있던 '헤브론 목회'의 바통을 잘 이어받는데 주력했다. 그러면서도 지역과 교인들의 변화에 주목하며 이에 걸맞는 목회를 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교회가 명동 번화가에 위채헤 이 근처에 사는 성도가 5%도 안되고, 95% 이상이 적어도 차로 30분 이상의 거리에 있는 분들"이라며 "지역교회로서의 의미가 별로 없기에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도시교회로서 시골교회를 섬기고 낙후된 국가의 서민들을 섬기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실력 있고 영성 있는 목사의 리더십이 중요하지 당회원들의 협력이 꼭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담임목회를 경험했던 그는 생각이 많이 바뀌어 있다.

"조금만 신경써서 교회 사정을 잘 아는 장로님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사역을 조율해나가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죠. 당회원들과 협력하는 것은 목회에 있어 꼭 필요한 일입니다."

30대에 담임목사가 됐던 그는 "저는 뛰어난 것이 없는 목회자였기에 하나님께 무릎꿇고 장로님들의 말씀을 잘 들을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도 목회신조 중 하나가 '싸우지 말자'일 정도로 부교역자들에게도 항상 교인이나 부교역자끼리 싸우지 말라고 말한다"고 자신의 목회철학을 전했다.

물론 고민도 있다. 지역에 거주자들이 없기 때문에 청년부와 교회학교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 어렸을 때는 부모를 따라 오더라도 사춘기가 되면 지역의 친구들이 있는 교회로 옮기는 일이 많다.

이 목사는 "지금까지 목회해오면서 솔직히 장기플랜이 저에게는 사치 같이 느껴질 정도로 정신없이 매일 매일 주어지는 목회적 필요를 채우는 일에 바빴다"며 "그러나 이제는 총회장을 배출한 교회, 헤브론 목회를 하는 교회라는 자부심을 넘어 교인 한명 한명이 행복해지는 목회를 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는 "주일 한번으로 예배드리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들이 조그만 소그룹 모임을 갖고 직종과 나이, 상황별로 많은 모임을 갖고, 나누고, 기도하고, 치유받는, 성령의 역동성을 경험하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