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후원 지양, 교회협력으로 파송하는 체제로

단독 후원 지양, 교회협력으로 파송하는 체제로

[ 땅끝에서온편지 ] <8> 후원교회

김봉춘 목사
2018년 03월 27일(화) 16:13

처음 파송 받을 때, 생활비 전액을 후원해 준 교회는 종암교회였다. 졸업하기도 전에 청빙하여 큰 사택을 제공하고 몽골을 집중지역으로 정하여 파송할 선교사로 나를 불렀다.

사실 당시에 영국 유학이 결정되어, 출국을 앞둔 상태라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주위 어른들이 하나같이 그런 좋은 목사님을 만나기가 어렵다며 좋은 기회라고 하였다. 종암교회에 전도사로 부임하였지만, 두 세 사람 이상이 모인 곳에는 어디나 나를 참여시켜 혹 잊혀지기 쉬운 선교사를 전 교인들에게 소개하는 1년의 기간을 배려해 주었다. 사실 당시 나는 교회의 총애를 받았다.

종암교회의 몽골선교는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고 지원하였다. 류종상 담임목사도 선교사의 재량에 맡겨, 현지 상황에 맞는 선교를 하도록 최대한 배려 하였다.

나는 후원교회가 신뢰해 주고, 나의 소신껏 선교할 수 있는 최선의 조건에서 선교사로서의 첫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보르노르와 연합신학교 교수 사역 등에 있어서 서두르지 않되 자신감을 가지고 롱런(long run)에 대한 계획을 세워갈 수 있었다.

'선교사는 좋은 교회를 만나야 하고, 또 교회도 좋은 선교사를 만나야 한다.' 당시에 류 목사님과 종암교회를 생각하면서 내가 가진 결론이었다.

2006년 여름에 단기팀을 안내 하던 중에 과로로 인해 쓰러졌고 나는 급히 안식년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년간의 안식년을 지내는 동안, 종암교회에서 류종상 목사는 사임하였고, 선교사의 후원을 갑자기 중단 통보하였다. 제공하던 주택과 차도 도로 내 놓으라고 하였다.

두 어 해 전에 몽골을 방문하였던 천안명성교회(김주선 목사 시무) 선교팀을 안내하던 중에 나의 선교 신념을 들은 김 목사는 나중에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나의 소식을 듣고, 집 값과 차 값을 종암교회에 지불하였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한 텀을 후원해 주셨다.

선교사의 입장에서 한국교회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좋은 교회도 선교는 목회의 보조이며 언제든지 담임 목회자가 바뀌거나 교회에 큰 프로젝트가 있으면 선교 후원은 변동이 생기기 쉽다. 한 교회가 한 선교사를 은퇴까지 지원하는 경우는 드믈다. 그 후로 나는 협력후원 교회들-특히 여름에 방문하여 나의 사역을 본 교회들이 지원하여 선교를 계속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기였다.

사실, 선교사가 너무 재정적인 곤란을 겪으면 늘 재정에 집착하고 걱정하다 보면 건강한 선교를 할 수 없게 된다. 언젠가는 우리의 선교도 선발과 파송 전 훈련은 엄격하게, 파송 후 사역은 시스템 안에서 보호 받으며 선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왕 소명자로 이 길을 들어선 것, 재정의 문제로 전후좌우를 염두에 두는 것은 백해무익한 낭비임에 틀림없다.

나는 스무해 남짓 선교지 현장에 살면서 후원교회는 늘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선교사는 후원교회가 큰 교회라고 자만하지 말고, 작은 교회라고 고개 숙이지 말아야 한다. 크고 작은 교회나 단체와 관계 없이, 선교사의 본질에 진솔되게 사역하면서, 후원관계는 하나님이 주관하신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교회창립 00주년 기념으로 파송하는 행사 위주의 선교사 파송을 지양하고, 몇 교회가 연합하여 한 선교사, 혹은 몇 교회가 연합하여 두어 가정을 공동후원하여 파송하면, 혹시 한 교회나 한 선교사가 어려워져도 나머지 교회와 사역자들이 그 귀한 선교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재정에 대해서는 교만하게도 않으시고, 기죽어 지내게도 않으셨다. 왜냐하면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의 관심은 선교이기 때문이다.

김봉춘 목사
총회 파송 몽골선교사
울란바타르 한인교회
몽골연합신학교
(UB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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