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마워요, 예수님 닮은 후배님"

"정말 고마워요, 예수님 닮은 후배님"

[ 아름다운세상 ] 간 이식 수술 받은 이재근 선교사와 공여자 이형식 선교사의 만남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02월 27일(화) 10:19

"정말 정말 고마워요. 내 마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당신은 진짜 은혜로운 성자고 예수님 닮은 참 선교사입니다."

지난 1월 30일 서울아산병원의 한 병실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 있었다. 간 이식 수술을 마치고 회복의 시간을 힘겹게 보내고 있는 이재근 선교사의 병실을 공여자 이형식 선교사가 찾아간 것.

간 이식 후 아직도 회복이 덜 되어 바깥 외출을 삼가고 있는 이형식 선교사가 아내 이은주 선교사와 함께 병실을 찾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재근 선교사의 눈이 커진다. 이재근 선교사는 숨이 차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중에도 연신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보름 전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혈색이 별로 였는데 지금은 혈색이 많이 좋아졌네요. 건강하게 이겨주시니 저희가 감사하죠."

손을 잡은 이형식 선교사가 웃으며 말을 건넨다.

#6개월 시한부 진단에 발만 동동

지난 17년간 중국과 태국에서 복음을 전해온 이재근 선교사는 어린 시절부터 간염을 앓았다고 한다. 명문대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염으로 취업이 안될 정도였지만 목회자로 헌신하고 나서 건강에 별 이상이 없어 간염은 의식도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C국에서 12년간 사역을 하고 추방당한 후 태국으로 선교지를 옮겨 5년간 사역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사역을 했더니 2015년 7월에는 갑자기 토혈을 하는 등 증세가 악화됐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병의 심각성을 몰랐다고 한다. 결국 이후 흉수가 차서 호흡이 안되고 열이 나며,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오는 일이 반복되면서 그 심각성을 느꼈다고. 결국 의사로부터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고령의 아버지와 동생이 간 공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병원에서는 고령의 아버지는 이식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더해 병원에서는 동생의 간 또한 크기가 작아 또 다른 공여자를 찾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자 이재근ㆍ조은영 선교사 부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내 조 선교사는 "동생이 간 공여를 해준다고 해서 여름방학 기간 수술을 하고 한두달 회복하고 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할 정도로 안이하게 생각했다"며 "그러나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남편의 몸이 너무 안좋아지고 동생의 간만으로는 이식이 안된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 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선교사들 기도와 재정으로 후원

상황이 생각치 않게 심각해지자 조은영 선교사는 총회 세계선교부에 보고하고 직

원인 김지한 목사가 선교사 단체 SNS에 기도와 도움을 요청하면서 선교사들이 기도와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중 시니어 선교사인 임종표 선교사와 김남순 대표(미래희망가정경제연구소) 등이 주도해 '이재근 선교사 생명살리기 펀드'를 조직, 모금 활동 및 릴레이 기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은퇴를 앞둔 타지키스탄의 조남희 선교사 또한 간 공여를 자원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듣고 결정적인 결심을 한 이가 있었다. 캄보디아의 이형식 선교사였다. 이형식 선교사는 지난해 5~6월 태국 치앙마이 파얍대학교에서 열린 총회 파송 선교사 연장교육시 후배 선교사들을 격려하러 온 이재근 선교사를 몇분 간 만난 것이 유일한 인연이었다. 

"소식을 처음 듣고 잠깐 뵌 선배 선교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마음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 선교사의 생명을 살려달라고 기도하던 중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섬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결정적으로 은퇴를 앞둔 조남희 선교사님이 나서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제 간을 공여하기로 결심하게 됐죠."

결심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아내를 설득하고, 건강한 간을 제공하기 위해 체중 감량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체중 12kg을 감량하고 지방간을 2%대로 낮추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더 중요한 것은 비혈연 장기 공여 심사를 통과하는 일이었다.

간 공여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역지인 캄보디아에 있는 NGO계열의 병원에 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니 "아예 모르는 사람의 간 공여는 99.9% 안되니 안되는 일에 힘쓰지 말라"는 대답만 들었다. 고작 3분 정도 만난 사람에게 간 공여 허가가 난 예가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장기를 팔아 돈 거래를 하는 일을 막기 위해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장기 공여나 기증은 적어도 3년 이상의 친분이 있어야 하며, 그 친분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설명이었다.

병원 사회복지팀, 의사들로 이뤄진 윤리위원회, 정부의 질병관리본부까지 세단계의 심사를 거쳐야 하기에 이형식 선교사는 행정작업에만 몇달을 소모해야만 했다. 그러나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예상과는 달리 1차에 심사를 통과해 간 공여가 허락됐다. 총회장 협조공문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하나님의 계획하심 속에 건강 회복

이러한 과정 끝에 이재근 선교사는 지난해 12월 26일 이식 수술을 마쳤다. 다행히도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간수치와 황달수치가 높고, 선망 증상(헛 것이 보이는 증상) 등을 겪으며 어려운 회복과정을 겪어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큰 어려움 없이 간을 공여한 이형식 선교사는 1월 3일 퇴원했고, 수술을 받은 이재근 선교사도 같은 달 31일 퇴원했다. 

이 두 선교사 가정은 퇴원 후 소망교회 한울선교회에서 제공하는 안식처인 남산 부근의 아파트에서 이웃하며 머물고 있다. 원래 장기 대여는 안되는데 두 선교사의 상황을 들은 선교회측의 특별배려로 각각 2월과 4월 초까지 머물 수 있게 됐다.

"후원교회인 꿈의숲교회(최창범 목사 시무), 울산대흥교회(이흥빈 목사 시무)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시고 너무 잘해주셨어요. 선교사님들이 자신들도 가난하면서 십시일반으로 도와주셨어요. 동기 목사님들, 협력교회들도 그렇고,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 드립니다."

이재근 목사가 감사의 마음을 열거하자 이형식 선교사가 말한다.

"선교사님은 17년 동안 한번도 안식년을 못가지셨잖아요. 이게 진짜 안식년이예요. 이번 일은 한국교회와 선교사들, 그리고 환자와 공여자인 저까지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져서 이뤄진 결과예요. 정말 하나님은 어떤 일도 허투루 일어나게 하시지 않는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