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의 가상화폐 ②가상화폐의 그늘

4차 산업혁명시대의 가상화폐 ②가상화폐의 그늘

[ 특집 ] 첨단 기술, 투기 대상 아니다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8년 02월 20일(화) 11:34

가상화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가상화폐 광풍이 국내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상화폐의 가격 폭락으로 이에 투자했던 한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마저 발생했다. 휴학 중인 명문대학생이 지난해부터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해 한 때 원금의 10배를 벌었지만 최근 가격이 급락하면서 원금까지 잃게 되자 우울감을 호소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사인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젊은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가상화폐의 열풍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일 가상화폐 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 시세가 19.09%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점점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법무부에선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넘어 폐쇄를 추진한다는 말까지 회자되면서 가상화폐 폭락에 영향을 끼친데 이어 정부마저 과열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규제 방침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처럼 정부가 가상화폐 실명거래제를 도입하면서 가상화폐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의 혁신기술로 살리고 과열된 가상화폐 시장은 진정시키겠다는 의도가 얼마나 관철될지도 관심사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을 정도다. 미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인도 아룬 자이틀레이 재무장관은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규제를 예고하기도 했다. 미국에선 가상화폐 관련 사이트에 자살방지 상담창구를 개설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과학자들 중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희망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가상화폐 투기 과열은 블록체인산업 발전 초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강조한 정재성 교수(카이스트)는 한 방송을 통해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플랫폼이라서 암호화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블록체인 활용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게 된다"면서 "게다가 블록체인은 그저 암호화폐의 플랫폼 만이 아니라, 향후 기업-기업, 기업-소비자 간 거래에 매우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쳐, 전세계 경제 및 금융 시스템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성원의 컴퓨터(블록)를 사슬(체인)처럼 연결했다는 의미를 담은 블록체인 기술은 앞으로 중앙집중 서비스를 P2P 방식으로 흐트러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사용자 손으로 분권화시키는 의미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사실 금융 시스템을 사용자가 직접 관리하면 금융회사가 챙긴 이득은 고스란히 사용자의 손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비트코인을 단순히 돈으로만 본다면 이는 빙산의 일각만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이 낳은 활용 사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환전 송금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 거래 방법은 가상화폐 열풍이 몰아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가상화폐의 시초인 비트코인은 '개인 간 공유(P2Pㆍpeer to peer)' 개념을 응용한 컴퓨터 언어로 설계됐다. 비트코인보다 호환성을 높인 플랫폼형 이더리움과 이오스처럼 기술을 집약한 가상화폐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탈중앙화로 설명되는 블록체인은 현실 속에서 지배 구조를 가진 정부와 중앙은행 기업 포털 사이트 등의 권력을 개인에게 나눠주는 힘을 가졌기에 더 많은 관심을 끈다.

이러한 이유로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가상화폐 개발 가능성을 시사하는가 하면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도 차세대 가상화폐 개발을 선언하는 등 블록체인으로 구현될 세상을 꿈꾼다. 또한 정부의 규제 방침에도 카카오와 넥슨 네이버 등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관심을 갖고 사업 진출을 노리는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로 인한 사회 혼란을 그냥 지켜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선 어떤 방법으론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회계학자인 황호찬 교수(세종대)는 "가상화폐에 투기하는 일로 여러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모습"이라며, "사회 공공성을 위해서는 투기는 반드시 사라져야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가상화폐가 단순히 투기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치솟고 있는 가운데 2,30대 청년들이 가상화폐에 투기하는 비율이 높은데 대한 우려가 많다. 독일국제경영원장 박병관 대표는 "투명성을 담보로 한 블록체인 기술은 해킹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상당히 좋은 기술"이라고 언급한 후, 그러나 "투기하는 세대가 대부분 2,30대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며 "정책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가상화폐에 투자한 2,30대 가운데 가상화폐의 폭락으로 심리적인 불안감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블루'라는 우울증이 생길 정도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불리는 이 시대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로봇,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3D 프린터, 블록체인, 비트코인 등이 자리한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은 우리가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하는 기술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엔 부작용이 발생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발전하는 기술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운영의 묘미가 더 없이 필요하다. 기술은 발전시키면서 투기로 불리는 비트코인의 열풍은 잠재울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시대다.